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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많이 팔리면 한국 기업들도 신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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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애플의 아이패드(iPad)는 전자기술의 권력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13일자에서 디지털 시대가 진전되면서 한국의 이 분야 경쟁력이 일본을 추월하기 시작했다고 평했다. 태블릿 PC인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정교한 고가 부품 상당수가 한국 회사 제품이라는 데 주목했다. 이 신문은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낸드플래시·D램 등 메모리 반도체를 삼성전자가 공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애플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제출한 제품 사진과 미 전자기기 수리업체 ‘아이픽스잇’이 아이패드를 분해한 결과를 보면 아이패드 와이파이(WiFi, 근거리 무선) 모델에는 삼성 낸드플래시가 들어 있다. 단 3세대 이동통신망을 사용할 수 있는 아이패드 3세대(3G) 모델의 낸드플래시는 도시바 제품이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부품 조달원을 다양하게 가져가려고 삼성전자와 도시바 제품을 동시에 공급받는 것 같다. 하지만 애플과 삼성의 관계는 특별하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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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애플에 낸드플래시를 공급하기 시작한 건 2005년부터다. 당시 삼성전자 황창규 사장이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와 담판 끝에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방식의 mp3 플레이어 ‘아이팟’을 낸드플래시 방식으로 바꾸면서 우호적인 관계로 발전했다. 이전까지 애플의 제품에는 일본산 제품이 압도적이었다.

아이패드에 쓰이는 부품 가운데 가장 비싼 액정화면(LCD) 패널의 90% 이상을 공급하는 것도 한국의 LG디스플레이다. 현재 아이패드에 쓰이는 IPS(In-Plane Switching) 방식의 패널을 생산하는 회사로는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애플에 LCD 패널을 5년 장기 공급하는 계약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패널의 개당 가격은 80달러. 미국 시장조사회사 아이서플라이(isupli)에 따르면 와이파이 16기가바이트(GB) 모델의 소비자 가격이 499달러인데 이 중 재료비는 219달러이며, 그 3분의 1 이상을 LG디스플레이(80달러)가 차지한다. 삼성전자도 최근 아이패드에 사용되는 9.7인치 LCD 패널을 3년간 연 300만 개 공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패널 시장을 놓고 한국 기업끼리 각축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낸드플래시와 디스플레이 외에도 정전기 방지 부품인 바리스터를 한국의 ‘아모텍’이 공급한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아이패드 배터리의 30%씩을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부품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일본 경제단체들은 한때 세계 전자부품을 석권했던 일본의 전자부품 세계시장 점유율이 40%대로 떨어졌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일본 샤프와 손잡고 스마트폰 ‘터틀’ ‘퓨어’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아이패드처럼 폭발력을 갖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오히려 MS 모바일 운영체제(OS)의 최적화 표준을 제시하려고 만든 시험 제품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인범 동부증권 수석연구원은 “아이패드는 작은 PC가 아니라 큰 스마트폰에 가깝다. 휴대전화 제조기술이 뛰어난 한국 업체에 유리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PC는 부팅 시간이 길고 배터리 사용량이 많지만 휴대전화는 부팅이 빠르고 배터리가 오래간다는 점에 주목했다. 애플이 삼성전자 등 한국 업체들과의 제휴를 늘리는 것은 한국의 앞선 휴대전화 기술을 높이 평가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혜민·김경진·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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