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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시절 여행경비 스캔들…시라크 '벼랑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파리 시장으로 재직할 때 억대 여행경비를 현금으로 지급했다는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포위망이 점점 좁혀지고 있다.

프랑스 검찰은 11일 시라크 대통령의 장녀이자 언론 담당 보좌관인 클로드를 '증인' 자격으로 소환조사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프랑스 검찰과 사법경찰은 또 이날 시라크 총리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모리스 윌리크 상원의원과 엘리제궁의 아니 레리티에 비서실장 등 4명에 대해서도 신문을 벌였다.

클로드 보좌관은 검찰이 집중 추궁한 뉴욕.케냐 여행에 대해 뉴욕행은 시라크 대통령.경호원들과 동행한 공식출장이었으나 케냐 여행에는 동행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시라크 대통령을 소환할 뜻을 비췄던 프랑스 검찰은 시라크 대통령의 부인 베르나데트의 '증인' 소환도 검토하고 있어 시라크측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시라크 대통령의 측근들은 "만약 검찰이 베르나데트를 소환할 경우 이는 대통령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될 것" 이라고 경고했다.

시라크 대통령에 대한 소환 여부는 검찰 수뇌부 사이의 분열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장피에르 뎅틸락 파리지방검찰청장은 10일 시라크 대통령을 변호사와 대동할 수 있고 증인 선서 의무가 없는 '동반 증인' 자격으로 소환할 수 있음을 재확인했다.

이에 앞서 그의 상관인 장루이 나달 검찰총장은 9일 시라크 대통령을 소환하는 것은 헌법재판소 판례와 형사소송법 규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소환 불가' 를 천명했었다.

검찰 소환이 이뤄질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이번 사건은 내년 대선을 앞둔 시라크 대통령에게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라크 대통령은 파리 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인 1992~95년 2백40만프랑(약 4억원)에 달하는 개인 여행경비를 현금으로 결제한 것이 문제가 되자 총리 시절 수령한 '특별경비' 로 지급한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국가외교적으로 긴급상황에 사용될 목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특별경비를 호화판 개인.가족 여행에 사용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프랑스 국민의 64%가 시라크 대통령이 검찰 소환에 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환에 응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는 시라크 대통령은 14일 프랑스 혁명기념일 특별담화에서 이 문제에 대해 공식 해명할 예정이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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