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신설 시트콤 '적색경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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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올 가을 새로 선보인 시트콤이 외면당하고 있다. 출연진의 개인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억지웃음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KBS-2 '방방'(월~목 오후 6시50분, 사진)은 MBC '논스톱5'에 도전장을 내밀며 지난 2일 첫 전파를 탔지만 첫주 평균 시청률 3.4%(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라는 초라한 성적을 냈다. '논스톱5' 10.6%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 '개그콘서트' 스타인 박준형.강성범.김영철.정종철.김다래.김기수에다 베이비복스 윤은혜 등 화려한 출연진을 감안하면 기대 밖 결과다.

시청자 게시판도 들끓었다. "똑같은 무대에서 똑같은 내용 지루하다"(smuph) "개그맨들 만날 '개콘'에서 하던 캐릭터만 하는 것 같은데…"(lee635635) 등 식상한 구성과 소재를 꼬집었다. 특히 박준형이 침을 튀기는 장면이 매회 나오는 데 대해서는 "보기 거북하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방방'의 부진은 준비 과정부터 예견됐다. 6개월 동안 방영할 프로그램임에도 제작사가 첫 녹화 3일 전에 확정되는 등 '졸속 준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일주일분 녹화를 하루에 몰아서 하는 것도 출연자의 애드리브가 중요한 코미디에서는 무리한 일정이다. 같은 날 한 무대에서 신선한 아이디어를 계속 만들어 내라는 것은 어려운 주문이기 때문. "매일 똑같은 프로그램을 재방영하는 느낌(dasomjhg)"이라는 반응도 이해할 만하다.

지난 6일 시작한 MBC '조선에서 왔소이다'의 시청률도 토요일 오후 7시라는 황금시간대가 무색하게 7.6%에 머물렀다. 같은 시간대 방영된 KBS-2 '스펀지'(18.9%), SBS '솔로몬의 선택'(10.3%)에 훨씬 못 미쳤다. '조선에서…' 첫회는 인기그룹 NRG 멤버 이성진의 '원맨쇼'에 그친 모양새였다.

일상에 물린 사람에게 경쾌한 웃음을 준다는 점에서 시트콤은 매력적이다. 그렇다고 몇몇 스타만 데려오면 적은 제작비로도 손쉽게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장르로 취급한다면? 현명한 시청자에겐 '눈속임'이 통하지 않는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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