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재래식전력문제 한국 주도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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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 국방부의 설명대로 미 국방부가 이런 협상 방법론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고, 실질적으로 협상을 진행할 미 국무부가 이에 동의한다면 북한의 대미(對美)강경 명분을 적잖게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군사적 긴장완화와 군축이라는 제1의 과제를 미국보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다룬다면 이는 남북 대화의 진척과 '품질 향상' 에도 기여할 수 있다.

우리 국방부는 미 국방부의 의지를 상당히 신뢰하고 있다.

미 국방부의 동의가 3단계에 걸쳐 확인됐다는 것이다.

우선 21일의 국방장관 회담에서는 양국 실무진이 사전에 조율한 내용이 그대로 채택됐다.

이어 공동 기자회견에서 金장관이 "한국이 주도(lead negotiations with North Korea)"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을 때 럼즈펠드 장관은 아무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셋째는 체니 부통령의 반응이다.

체니 부통령과 金장관은 22일 40분 면담 중 10분 동안이나 이 문제를 얘기했으며 金장관이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자 체니는 "전적으로 동의(certainly agree)한다" 고 말했다고 우리 국방부는 밝히고 있다.

金장관을 수행한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주도권을 인정한다고 해서 미국이 대북협상 의제에서 이를 빼는 것은 아니다. 양국 국방당국의 합의는 양국이 긴밀한 협의를 통해 공동의 협상안을 만들어낸 후 이를 시행하는 협상과정은 한국이 주도(lead)한다는 의미" 라고 설명했다.

북.미 협상을 진행할 미 국무부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국무부는 주말이 지난 후 25일 정례브리핑 등을 통해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 국방장관 회담 전 실무접촉에서 이 문제가 중점적으로 토의됐으니 회담 전까지 국방부와 국무부가 의견 조율이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고 말했다.

金장관이 체니 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는 새 주한 미대사에 임명된 토머스 허버드 동아태담당 부차관보도 배석했다.

만약 국무부도 한국 주도권에 동의한다면 국무부는 대북 협상에서 재래식 전력을 거론은 하되 강도는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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