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로셰비치 유엔 전범재판소에 인도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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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유고 연방정부가 23일 코소보의 알바니아계 주민을 인종 청소한 혐의로 수배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을 헤이그 유엔 전범재판소(ICTY)에 인도키로 최종 결정했다.

유고 연방정부는 이날 비상각의를 열고 찬성 8, 반대 1로 밀로셰비치 등 16명의 전범 혐의자를 인도할 수 있는 내용의 법령을 채택했다고 조란 지브코비치 유고 내무장관이 밝혔다.

◇ 결정 배경=그간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유고 대통령은 밀로셰비치의 해외 인도에 강력 반대해 왔다. 국내법이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데다 그 자신도 민족주의 성향이 강해 외국법정에 전직 원수를 인도한다는 데 주저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밀로셰비치의 신병 인도에 찬성하는 조란 진지치 세르비아 총리와 어느 정도 마찰도 있었지만 유고의 공식 입장은 '인도 불가' 였다.

이처럼 밀로셰비치의 신병 인도에 반대해 온 유고가 방침을 전격 선회한 것은 경제난 때문이다. 피폐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선 밀로셰비치의 신병 인도를 요구하는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특히 이번주 브뤼셀에서 10억달러 규모의 대유고 경제원조를 결정하는 EU가 밀로셰비치의 신병 인도를 전제조건으로 요구해 결국 이에 굴복한 것이다.

◇ 의미=유고연방의 이같은 결정은 지난 10년간 계속된 유고 내전사태를 사실상 마감한다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네보이사 코비치 세르비아 부총리는 "유엔 회원국 유고의 국제적 의무는 헤이그 전범재판소와 협력하는 것" 이라 못박고 "우리는 더 이상 밀로셰비치의 인질이 돼서는 안된다" 고 말했다. 마침 25일은 유고 내전 및 옛 유고연방 해체의 도화선이 됐던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의 독립선언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 남은 절차=밀로셰비치는 네덜란드에 도착한 후 재판이 열리기 전 수일간 헤이그 근처 한 수용소에 구금된다. 이후 그는 늦어도 한 주 내에 재판정에 출두하게 된다. 첫 심리에서 재판관들은 밀로셰비치의 혐의사실을 열거하고,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다.

밀로셰비치는 고국에서 자신의 변호사를 데려오거나 법정이 지명한 변호사를 둘 수 있다. 법정 첫 심리 후 밀로셰비치는 다시 수용소에 돌아가 언론과 대중에 공개된 재판을 기다리게 된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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