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뷰] '마이클 조던, 나이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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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1992년 올림픽이 열린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나이키가 '드림팀' 이라 불리며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던 미국 농구 대표팀의 마이클 조던을 내세워 대규모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한 일본 기자가 물었다.

"조던씨, 신(神)이 된 기분이 어떠십니까?"

그랬다. 조던은 이미 '현대판 신' 이 돼 있었다. '축구의 신' 펠레나 권투 영웅 알리 등 이전의 스포츠 스타와 그는 영향력의 크기나 형태 면에서 또 달랐다.

미국 청소년들은 조던이 신는 나이키 운동화를 갖기 위해 살인까지 할 정도였으며, 미국인들은 티베트인들에게서조차 조던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러나 타임지가 지적했듯 "조던이 신이라면, 그를 천국에 데려간 것은 필 나이트(나이키의 창립자이자 CEO)" 였다.

즉 조던의 광고효과를 간파하고 적절히 이용한 다국적 기업 나이키가 조던을 세계적 스타로 만들었고, 또 그 배후에는 미국프로농구(NBA)경기와 나이키 광고를 전세계에 중계한 새로운 미디어제국 CNN의 테드 터너가 있었다.

신간 『마이클 조던, 나이키, 지구 자본주의』는 바로 이들의 이야기이며, 이들이 주역이 된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성장과 미래에 대한 연구서다.

스포츠의 상업화나 스포츠 마케팅, 문화 제국주의나 미디어 제국주의 등의 소재는 사실 새삼스러울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흥미롭게 읽히는 것은 우선 현대 자본주의와 새로운 제국주의의 양상에 대해 구체적인 인물과 기업의 예를 통해 손에 잡힐 듯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농구를 분석 대상으로 삼은 데는 이유가 있다. 나이키 같은 선구적인 초국적 기업이 케이블과 위성TV 등 뉴미디어에 힘입어 전지구적 시장을 개척하는데 이용해 성공한 대표적인 스포츠가 바로 농구이기 때문이다.

또 농구는 1891년 처음 등장한 이래 남녀 선수들과 관객들을 사로잡아온 매력적인 경기이고, 또 조던과 같은 세기적 스타를 배출한 스포츠라는 점도 저자의 논지를 독자에게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먼저 저자는 역사학자다운 치밀함으로 농구와 NBA의 탄생과 부침의 역사에서부터 조던의 개인사, 나이키의 창업과 팽창과정, 그리고 터너나 루퍼트 머독과 같은 미디어 재벌의 등장과 영향력의 확대과정 등을 차근차근 짚어나간다.

특히 조던과 나이키가 미디어를 통해 성공했지만, 또 반대로 미디어에 의해 사생활이나 제3세계에서의 비도덕적 사업행위 등이 폭로되면서 어려움을 겪어야했던 것을 '파우스트의 거래' 라고 표현하면서, 스포츠 스타와 초국적 기업, 그리고 뉴미디어가 얽히고 설킨 현대적 자본주의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와 함께 유독 스포츠 분야에 흑인 스타들이 많이 생기는 이유, 나이키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의 현지 공장에서 저지르는 노동 착취의 문제까지 끄집어 낸다.

이를 통해 저자는 이 소프트파워를 앞세운 미국의 문화제국주의가 과연 21세기 인류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다시 차분히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조던이나 나이키, 그리고 미디어 재벌들의 예에서 보듯이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팽창에 따라 지구촌 문화의 획일화 현상이 수반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이는 끊임없는 저항과 반대에 부닥치고 있기 때문에 결과는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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