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계 의 ‘신화’ 헬샴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영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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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두산인프라코어는 1일 볼보건설기계 최고경영자(CEO)를 지내며 업계에서 신화적 인물로 통하는 안토니 헬샴(57)을 건설기계 사업 총괄 사장으로 영입했다. 헬샴 사장은 두산인프라코어의 건설기계 BG(Business Group)와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DII)을 포함한 건설기계 사업을 총괄한다. 김용성 사장은 전 사업 부문 총괄 CEO를 맡게 됐다.

박용만 (주)두산 회장은 최근 “(두산이 인수한) 밥캣이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경영 환경이 호전되고 있는 만큼 시너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헬샴 사장 영입은 글로벌 톱3 건설기계 업체 진입을 본격화할 시기라는 판단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호주 출신의 헬샴 사장은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할 만큼 한국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인물이다. 그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7월 볼보가 삼성중공업 건설기계 부문을 인수해 설립한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초대 한국 지사장을 맡았다. 부임 1년 반 만에 한 해 670억원의 적자를 내던 기업을 흑자회사로 바꿔놓았고,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볼보건설기계 회장과 이사회 멤버로 승진해 한국을 떠났다. 스웨덴 사람이 아닌 외국인이 그룹 회장과 이사회 멤버가 된 것은 볼보그룹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볼보건설기계의 CEO로 일하며 연 매출을 20억 달러(2001년)에서 77억 달러(2007년)로 크게 늘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600만 달러에서 6억 달러로 급증했다.

한국 지사장 시절 함께 일했던 직원들은 헬샴 사장을 “한국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뛰어난 리더십을 갖춘 인물”로 기억한다. 볼보건설기계 김희장 팀장은 “헬샴 사장은 늘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고 말하며 직원들의 말을 경청했다”며 “직원들이 회사 몰래 노조를 만들었을 때도 오히려 ‘창구가 단일화돼서 좋다’고 격려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헬샴 사장은 본사 경영스타일을 고집하는 대신 한국식 기업문화를 접목해 기업 역량을 극대화했다. 그 결과 회사가 빠른 속도로 정상화되자 임직원에게 총 10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외국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에 가입하기도 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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