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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마하티르 집권 20주년 맞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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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강력한 권위주의 통치로 말레이시아의 경제부흥을 이끈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75)총리가 다음달 취임 20주년을 맞는다.

현직 아시아 국가 지도자로서는 최장수 국가 수반인 그는 1981년 취임한 후 지금까지 고속 성장 정책으로 만년 빈국이던 말레이시아를 20년 만에 신흥공업국으로 탈바꿈시켰다.

한때 싱가포르의 리콴유(李光耀)와 더불어 아시아적 가치의 상징적 인물로 주목받던 그는 최근들어 경제부진과 안와르 이브라힘(53)전 부총리 등 반대파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 등으로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다.

◇ 엇갈리는 평가〓마하티르는 81년 총리 취임 이후 아시아의 선발국이던 일본.한국을 따라잡자며 '동방정책' 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화교 자본의 말레이시아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초창기엔 적극적인 화교 우대정책을 폈다.

그 결과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화교 집단은 그의 강력한 지지세력이 됐고 말레이시아는 이들의 자본과 지지에 힘입어 연평균 10%를 웃도는 고속 성장을 지속했다.

이 시기 그의 말은 곧 법이었다. 경제정책은 물론 외교조차 마하티르가 직접 주물렀다.

하지만 그의 장기집권에 염증을 느낀 국민의 반발과 언론 및 정적에 대한 탄압정책은 최근들어 말레이시아와 마하티르의 장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2020년까지는 말레이시아를 선진국에 진입시키겠다는 장밋빛 청사진도 최근의 외환보유액 감소와 국내총생산(GDP)의 25%에 달하는 재정적자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그는 "다당제 민주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독재가 필요할 때도 있다" 고 말하는 등 여전히 가부장적 통치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 불안한 '노후' 〓말레이시아는 최근 총리 관저와 하원 의사당을 콸라룸푸르에서 50㎞ 떨어진 계획도시 푸트라자야시로 옮겼다. 이는 최근의 경제위기와 통치위기를 추스르고 다시 한번 뛰어보자는 마하티르의 의지의 발로였다.

하지만 민주화에 대한 목소리는 아직도 사그라지지 않고 부패한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커져만 가고 있다.

특히 98년 9월 직권남용과 동성애 혐의로 쫓겨난 안와르 전 부총리는 현재 민주화 세력의 구심점으로 마하티르의 퇴진을 압박하고 있고, 집권연합인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내에서 마하티르가 이끄는 국민전선(NF)도 각종 지방선거에서 이슬람 근본주의 계열 정당들에 밀리면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마하티르는 현재 외자 유치의 급감과 경기침체에다 다임 자이누딘 경제장관마저 사임하는 등 통치누수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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