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즈워스 전 미국대사 북한·미국협상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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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요즘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 1주년(6월 15일)에 맞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대북(對北)대화 재개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회담 당시 주한 미대사로 서울에 있었던 스티븐 보즈워스(사진)는 감회가 새로운 표정이다. 그는 부시 정부 출범과 함께 물러나 현재 매사추세츠 메드퍼드에 있는 터프스대 법률.외교대학원 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11일 워싱턴에 있는 미국기업연구소(AEI)주최 남북 정상회담 1주년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했다. 그를 따로 만나 '부시 카드' 에 대한 평가를 들었다.

- 부시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발표하면서 북한에 '당근' 도 제시했다고 하지만 북한으로선 쉽게 받아 먹을 수 없는 '소금에 절인 당근' 이란 평가도 적잖다.

"부시 정부 들어 대화와 협상을 위한 과정이 이제 막 동력을 얻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런 판단에 앞서)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 지켜봐야 한다. 나는 여전히 낙관적이다. "

-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재래식 전력문제를 새 의제로 들고 나왔는데도 북.미대화를 낙관하는가.

"이 의제는 기본적으로 북한이 재래식 전력에 대해 남한과 대화를 강화하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미국이 이 문제를 다른 중요 의제에 대한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삼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

- 재래식 전력에 관한 북한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미국도 이 문제에 대해 성의를 보일 용의가 있는 것인가.

"그것은 오직 남한과의 긴밀한 협력 아래서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미국이 주한 미군의 변경이라는 의제를 협상테이블에 올릴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재래식 전력문제는 두 단계로 봐야 할 것이다. 먼저 신뢰구축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군사훈련의 투명성 확보, 군사 핫라인 설치 등이 포함될 것이다. 서로의 군사력을 재배치하는 문제는 다음 단계에 가서야 효과적으로 다뤄질 수 있다. "

- 북한과의 협상으로 미사일 문제가 해결되면 미국의 미사일방어(MD)계획 명분이 약해지는 것은 아닌가.

"미국이 대북 협상과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동시에 진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MD는 몇해 내에 되는 것이 아니며, 기술개발도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반면 북한의 미사일 기술 수출 같은 일은 당장 눈앞에 있는 것이며 미국의 전세계적 이익을 위협하고 있다. "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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