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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와 10시간] 양파, 신곡 인기로 분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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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1년반 만에 발표한 4집 '퍼퓸' 의 타이틀곡 '스페셜 나이트' 로 인기를 끌고 있는 양파의 하루는 여느 여자 연예인들처럼 미장원에서 시작됐다. 그녀는 서울 잠원동의 한 아파트에서 부모님.남동생과 함께 산다.

지난 16일. 거대한 거북이를 연상케 하는 커다란 외제 밴에 올라탄 양파가 압구정동의 미장원 지오지아에 도착한 것은 오전 11시쯤이었다. 코디네이터와 상의하며 머리를 만지고, 그 날의 일정을 점검하며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결정한다.

이날의 첫 행사는 대중음악 전문 케이블 채널 m.net의 '가요베스트' 촬영이다. 초대 손님으로 출연해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도 불렀다. 이 프로그램은 자체 결정하는 가요순위도 함께 방송한다.

"몇등인지는 몰라요. 녹화 방송인데 순위 관련 부분은 따로 찍거든요. 뭐 별 상관있나요. "

발랄했다. 신중하되, 또렷한 목소리로 고개를 반듯이 들고 상대방의 눈을 보며 말했다. '공부도 잘하는 똑똑한 여학생 가수' 라는 데뷔 당시 이미지는 여전히 그녀를 따라다닌다.

녹화는 예정보다 늦어져 오후 2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사진촬영을 위해 부근의 도산공원으로 향했다. 날은 맑았다. 간간이 봄바람이 불었고 습도는 적당했다. 양파는 "와아, 너무 좋다!" 는 말을 되풀이했다. 공원은 야외 사진을 촬영하는 예비 신랑.신부들로 가득했다. 행복한 표정의 그들은 사진사의 지시에 따라 다양한 포즈를 취했다. 잔디와 꽃에는 적당히 물이 올라 있었다. 좋은 날이었다.

"글쎄요, 별로 부럽지는 않은데… . 남자 친구요□ 없는데요. 있으면 좋겠어요. "

양파의 눈은 예비 신부들의 웨딩드레스로 향했다. 유치원생들도 공원을 찾았다. 파란 눈의 외국인 교사들이 인솔했다. 아마 영어 전문 학원생들인가 보다. 노란옷을 입고 병아리처럼 줄지어 공원을 돌아다녔다.

양파의 새 앨범은 편집앨범 외에는 좀처럼 팔리지 않는 구조적 불황기에도 단연 정상급의 판매고(40만장)를 보이고 있다.

"기분 좋죠. 최근엔 좀 주춤하다고 하던데, 사실 분들은 다 사셨기 때문일까요? 하하. "

의젓한 듯하면서도 대답에 장난기가 묻어있다. 어쨌든 스물두살인 것이다.

늦은 점심을 먹었다. 시간은 이미 오후 3시가 넘었다. 압구정동의 한 베트남 요리 전문 식당.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팬이 지루한 듯 천천히 돌며 일으키는 바람이 나른했다.

양파는 물론 그와 함께 다니는 로드 매니저와 코디네이터에게도 오늘 첫 식사다.

"하루 한번 식사 할 때도 많으니까요. 그래도 전 음식 먹는 데 자유로운 편이에요. 여자 연예인들 대부분 다이어트 때문에 제대로 못 먹거든요. "

또래의 여가수 누구는 거의 밥을 못먹게 하는 매니저를 너무너무 미워한다느니, 한 여자 댄스 그룹은 하루종일 '튀밥' 만 먹고 산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폭소 속에 오고 갔다. 메뉴는 쌀국수. "음식평론가가 장래 꿈 중의 하나" 라는 그녀는 다음 일정에 쫓긴 매니저의 가벼운 독촉에도 아랑곳없이 천천히 한 그릇을 다 비웠다.

식사 도중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미국 보스턴에서 사귄 친구였다. 반갑게 대화를 주고받는 그녀는 영락없는 여대생이었다. 휴대폰 번호를 아는 사람이 몇명이냐는 질문에 "맨날 전화하는 사람만 한다" 고 답했다.

다 음 일정은 한 연예 전문 잡지의 특집 화보 촬영. 신사동의 재즈바 원스인어블루문을 빌려 한시간 동안 찍었다. 풍성한 하얀 치마로 갈아입고 와인잔을 든 그녀의 눈빛이 조명을 받아 유난히 반짝였다.

이제 한강을 넘는다. 5월은 축제의 계절. 그녀는 대학생들이 가장 초대하고 싶어하는 가수 가운데 하나다. 오늘은 연세대를 찾았다. 연세대 방송국이 주최하는 공연인 '숲속의 향연' 의 주인공이다.

연세대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공간인 작은 숲, '청송대' 에 무대가 마련됐다. 짝을 이룬 젊은이들은 양파가 무대에 오르자 환호성을 올렸다. 열성팬인 듯한 한 여학생은 작은 플래카드까지 준비했다.

미국 유학생활이 어땠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학교 가기 싫어 맨날 지각하구요, 여러분이랑 똑 같아요" 라고 답하자 박장대소가 터졌다.

첫 곡은 요즘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스페셜 나이트' . 이어 '애송이의 사랑' 을 학생들과 함께 불렀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힘있으면서도 섬세한 그녀의 노래가 숲 속에 울려퍼졌다. 아쉬워하는 학생들을 뒤로 하고 학교를 떠난 시간은 밤 7시30분. 끝이 아니었다.

다시 여의도로 향했다. 이날 밤에만 세 개의 라디오 프로그램 녹음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화려해 보이는 스타의 삶. 그러나 사생활을 희생해야 하고, 주어진 일정에 따라 꼼짝없이 움직여야 하고, 인기가 떨어질까 조바심해야 하고, 세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려야 하고… .

지쳐보이는 양파는 그래도 환한 웃음과 함께 손을 흔들었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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