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의 호통’ 이어 “4대 강은 내 소신” … MB 직접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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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23일 청와대를 방문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4대 강 살리기 사업을 “내 소신”이라고 강조했다. 2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다. 당초 이날 국무회의는 정운찬 총리가 주재할 예정이었으나 이 대통령이 “내가 직접 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3월 22일이 ‘세계 물의 날’인 점을 고려했지만,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고 싶어 해서 기회를 만든 것이라고 청와대 참모들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반대 입장에 선 사람들은 ‘자연계와 생명의 파괴 우려’와 ‘생명 존중’을 사업 반대의 주된 이유로 들고 있는데, 정부는 왜 4대 강 사업이 환경과 생명을 살리기 위한 사업임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느냐”며 참모들에게 호통쳤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4대 강 사업은 생명과 생태, 그리고 물이다. 생명을 살리고, 죽어가는 생태계를 복원하며, 깨끗한 물을 확보하는 것이 4대 강 사업의 목표이자 내 소신”이라며 4대 강 사업의 당위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특히 15년 전인 1995년 국회의원으로서 ‘경부운하 사업’을 처음 제안한 얘기도 했다. 그는 “숲이 우거지고 생태가 살아난 다른 나라들을 보고 우리의 강도 이렇게 살리자고 제안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와 물고기, 자연환경이 죽어 나가는데 일단 생명을 살려야 한다” “습지대와 생태계가 말라 죽어가고 있다. 죽은 것들을 모두 살려내야 한다” “영산강은 ‘오염된 강’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썩고 죽은 강이다. 낙동강 하류도, 2000만 시민이 먹고 마시는 한강도 물론이다” 등 어느 때보다 직설적으로 자신의 진정성을 호소했다.

이 대통령이 4대 강 사업에 다시 매달린 건 종교계가 집단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등 최근 들어 심상치 않아진 기류 때문이다. 지난 12일 공개적으로 반대 성명을 낸 천주교 주교회의 외에 불교환경연대와 개신교계 일부도 ‘생명 파괴’ 우려를 기치로 내걸고 반대 목소리에 가세하고 있다. 야당과 비판세력들까지 ‘반4대 강’ 전선으로 결집할 게 불 보듯 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4대 강 사업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 내에선 증폭되고 있다. 그런 만큼 이 대통령으로선 본인이 직접 나서야 할 급박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부고속도로와 청계천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그는 “과거 경부고속도로와 고속철도에도 반대가 많았고, 청계천 복원과 버스중앙차로 때엔 (나에게) 서울시장을 사퇴하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사업의 ‘결과’들이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시켰다”며 “진정으로 옳은 정책은 우리가 (설득)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치적 목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사람들에게 설명해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해선 안 되며 모두가 소중한 국민”이라며 “종교계가 생명과 환경문제에 앞서 있는 만큼 그분들의 이야기도 경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죽어가는 강을 살리는 일은 정치적 논쟁거리가 될 수 없고, 이를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면 결국 희생되는 것은 국가의 미래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서승욱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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