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으로 염색한 이회창총재 "좀 더 세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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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http://www.leehc.com)총재는 요즘 살짝 갈색빛이 돌도록 머리를 염색했다. 1997년 대통령 선거전 이후 염색을 꺼렸던 그다. 당 관계자는 25일 "李총재는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침체된 듯한 분위기에서 탈출하겠다는 신호탄" 이라고 해석했다.

그런 조짐은 이날 행보에도 배어 있었다. 李총재는 당직자회의에서 ▶여권의 공세에 대한 반격▶당내 보혁(保革)갈등 수습 등 핵심 과제를 적극 다뤘다.

그는 대우차 노조원 과잉진압의 책임을 물어 이한동(李漢東)총리와 이근식(李根植)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토록 주도했다.

"DJP+α의 3당 연합에 밀려(한나라당 1백33석 대 3당 1백37석) 부결될텐데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꼴이다" "야당이 적극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는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李총재는 '제출' 로 가닥을 잡았다. 한 참석자는 "설령 부결되더라도 국민에게 이번 사건을 보는 여권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민주당 내 친(親)노동계 의원의 이탈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李총재의 판단" 이라고 전했다.

李총재는 불법 계좌추적에 대해서도 강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그는 "검찰이 우리당 의원과 가족, 주변 사람을 대상으로 심하게 불법 계좌추적을 하고 있다. (집권)후반기로 갈수록 정치를 음험하게 만든다" 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에 대한 검찰의 5월 사정(司正)설에 대비해 李총재는 불법 계좌추적을 집중 부각시켜 맞불을 놓으려는 것" 이라고 한 당직자는 설명했다.

저녁 때 李총재는 서울 강남권 의원들과 만찬을 했다. 당내 보혁 갈등의 중심에 서있는 최병렬(崔秉烈)부총재도 함께 했다.

고정애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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