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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생명·수의학 연구 아시아의 중심지로 만들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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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서거석 전북대 총장이 지방 국립대가 옛 명성을 되찾으려면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전북 전주시 덕진동에 있는 전북대학교의 교문 네 곳에는 모두 전광판이 있다. ‘대한민국을 이끄는 변화의 힘’ ‘일일신 우일신(日日新 又日新)’과 같은 문구가 매일 흐른다. 학생과 교직원에게 변화를 체감하게 하자는 서거석(56·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장) 총장의 아이디어다. 세계 유일의 막걸리연구소를 개설(3일)해 국제화 연구에 나선 것도 이런 변화를 상징한다. 서 총장은 14일 “지방 국립대의 위상이 떨어진 것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때문”이라며 “연구와 교육 차별화를 통해 옛 명성을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북대를 아시아 최고의 농·생명, 수의학 분야 연구 메카로 만들겠다”며 “19일에는 국내 최초로 인수(人獸)공통전염병연구소 착공을 한다”고 설명했다. 1시간30분간 진행된 인터뷰 동안 서 총장은 국공립대의 비전도 함께 제시했다.

-지방 국립대의 발전이 더디다.

“어려운 점이 많지만 점차 바뀌고 있다. 대학의 경쟁력은 곧 교수의 경쟁력이다. 교수 경쟁력을 높이려면 연구 경쟁력이 우선이다. 이공계에서 연구 성과를 측정하는 척도 중 하나가 과학논문인용색인(SCI) 실적이다. 전북대의 경우 2008년 교수들의 SCI 논문 실적이 전년도에 비해 40%가 늘었다. 국립대 교수들이 현실에 안주하고 있지 않다는 예다.”

-연구 실적이 갑자기 껑충 뛴 게 특이하다.

“3년 전 취임 직후 열심히 연구하는 교수는 최대한 보상한다는 약속을 했다. 3대 과학잡지(네이처·사이언스·셀)에 논문을 실으면 1억원을 지급한다. 정년이 보장된 교수도 2년마다 논문 1편 이상을 내놓지 않으면 성과급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했다. (웃으며) 요즘은 회식을 마치고 2차를 가자고 해도 교수들이 ‘실험해야 한다’ ‘논문을 써야 한다’며 다시 연구실로 돌아가는 분위기가 됐다.”

-교수평가 방식도 개선했나.

“승진요건을 엄격히 바꿨다. 3년 전에는 전임강사에서 정교수가 될 때까지 논문 6편만 쓰면 됐었다. 그 조건을 11편으로 높였다. 고분자·나노공학과 교수는 일반 승진요건보다 4배 이상 많은 논문을 제출하게 하는 등 단과대별로도 승진요건을 상향 조정했다. 승진기한 내 연구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재임용 횟수를 한 번으로 제한했다. 강의를 하루 이틀에 몰아 하고 나머지 시간엔 연구실을 비우는 불성실한 근무를 막기 위해 ‘1주일 4일 근무제’도 의무화했다.”

-교수들의 반발은 없었나.

“1000명의 교수가 있다. 개성이 강하고 자기 주장이 분명한 이들이지만 합리적으로 사고할 것이라 믿었다. 교수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명했다. 단과대학 순회 간담회도 여러 번 했다. 교수가 먼저 변해야 대학이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지금은 대부분 받아들이고 있다.”

-농·생명과 수의학 분야로 차별화한다는 데 어떤 강점이 있나.

익산에 세울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조감도.

“지난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전국 2위를 한 농·생명 분야의 연구력이 강하다. 지식경제부가 지원하는 ‘LED융합기술 지원사업’을 유치했다. 향후 10년간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초절전LED를 활용한 식물재배법 등을 연구하게 된다. 또 ‘IT융합 차세대 농기계 종합기술 지원사업’을 유치해 500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전라북도 완주군에 첨단 농기계 클러스트도 조성할 예정이다. 수의학은 야생동물 구조관리센터를 운영하는 한편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도 설립한다. 특히 의학생명과학 분야는 지난해 영국 더 타임스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국내 9위였다.”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가 생소하다.

“361억원을 투입해 익산에 2011년 12월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미세구조·유전체정보·바이러스 분석실 등을 갖춘 5만1000여㎡ 규모로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 조류인플루엔자·브루셀라·광우병 등 사람과 동물에 공통으로 전염되는 전염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백신을 개발할 계획이다.”

-국제화는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새만금에 국제캠퍼스를 지을 예정이다. 전주(제1캠퍼스)와 익산(제2캠퍼스, 2007년 익산대 통합), 새만금을 잇는 ‘JIS트라이앵글’을 구축할 것이다. 새만금캠퍼스에는 미국 주립대학의 분교를 유치해 공동학위제를 운영할 계획이다. 최근 새만금 비응항 인근에 3만6000㎡의 부지를 확보했다. 일종의 전진기지다. 이곳에 신재생에너지연구센터와 창업보육센터부터 세울 예정이다.“

-대학의 기본 임무는 잘 가르치는 것이다. 실력이 없으면 취업도 어렵다.

“학생들도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학과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고 실력도 높이기 위해 학과평가제를 도입했다. 교수들의 연구업적과 연구비 수주, 취업률, 강의평가 점수 등을 기준으로 학과별로 평가하는 것이다.”

- 학생의 경쟁력을 어떻게 높이고 있나.

“올해 입학한 신입생들은 영어·한자·컴퓨터를 일정 점수 이상 받아야 졸업할 수 있다. 전공마다 조금씩 다른데 예를 들어 정치외교학과는 토익 630점 이상, 컴퓨터 관련 자격증 2개 취득, 한자 국가공인급수 3급 이상이 기준이다. 전과목 상대평가제도 3년 전부터 시행 중이다. 전공과목은 A를 30% 이내로 제한하고 C 이하도 30% 이상을 주게 했다. 수강 취소 과목도 한 과목으로 제한했다. 학점 잘 받는 곳으로만 철새처럼 쫓아다니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국공립대총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는데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학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나.

“예산이나 학사업무를 정부가 정한 테두리 안에서만 해야 한다. 1970~80년대식 행정시스템이 적용돼 대부분 대학이 애로가 많다. 대학 특성에 따라 자율권을 주고,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교과부에서 국립대 교수에게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국립대 교수의 연봉이 서울 주요 사립대 교수 연봉의 7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성과연봉제 도입 전에 교수의 연봉 수준을 높이고 처우를 개선해 줘야 한다.”

대담=양영유 정책사회 데스크, 정리=박유미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서거석 전북대 총장=1954년 전주에서 출생. 전북대 법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주오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82년부터 전북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2006년 12월 총장에 취임했다. 국립법과대학협의회장과 한국 소년법학회·비교형사법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전국 국공립대총장협의회장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다. 최선을 다한 뒤 평가받자는 소신 을 가지고 있다. 기타를 치며 노래하기를 좋아하며 애창곡은 ‘향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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