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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종현 회장 ‘숲의 명예전당’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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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나무는 나라 사랑하는 사람이 심는 거야. 지금처럼 주먹구구로 하지 말고 공장 관리하듯 과학적으로 해 봐.”

고(故) 최종현(사진) 전 SK그룹 회장이 생전에 서해개발(현 SK임업) 사람들에게 늘 강조했던 말이다. 최 전 회장은 1970년대부터 여의도 면적의 13배인 4100㏊의 땅에 약 3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벌거숭이 산에 나무를 심어 수십 년 뒤 아름드리 목재로 자라면 이를 인재양성을 위한 장학금으로 쓰겠다는 포부였다.

산림청은 15일 그를 6번째 ‘숲의 명예전당’ 헌정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기업인 중에선 처음이다. 지금까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나무 할아버지’로 불린 김이만씨, 육종학자인 현신규 박사, 임종국 조림가, 민병갈(미국명 칼 페리스 밀러) 전 천리포수목원장이 헌정됐다.

최 전 회장은 충북 충주의 인등산, 충남 천안의 광덕산, 충북 영동 등지에 나무를 심었다. 그의 한 참모는 “(지방에 심으면) 돈이 안 되니 서울 근처에 심자”는 아이디어를 냈다가 “땅 장사하려고 하느냐”며 혼이 났다. 89년 정부가 비업무용 토지 매각령을 발동하자 최 전 회장은 1000㏊를 뚝 떼어내 충남대에 연습림으로 기증하기도 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충주 조림지 근처 산간마을은 비가 오면 물이 불어 승용차로 건널 수 없었다. 비 오는 날에 이곳을 찾았던 최 전 회장은 말 없이 차에서 내려 양말을 벗고 작업복을 무릎까지 걷었다. 그리곤 4㎞를 걸어가 다리를 건넌 뒤 나무를 심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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