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만점자중 5.4% 서울대 기초시험 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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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대가 올해 신입생을 대상으로 수학(數學)시험을 실시한 결과 기초학력 저하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입 수학(修學)능력 시험에서 수학 만점을 받은 학생 중 5.4%가 '낙제' 판정을 받은 것. 서울대는 9일 자연대.공대 신입생 1천4백44명을 대상으로 지난 2월 처음 실시한 '수학 및 영어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 낮은 수학.영어 실력〓수학시험 에서는 전체의 7.7%(1백11명)가 낙제점(1백점 만점에 30점 미만)을 받아 정상적인 수학 교과목 수강 자격이 박탈됐다. 특히 수능 수리탐구I 영역 만점자 6백13명 중 5.4%인 34명이 낙제점을 받아 '쉬운 수능' 이 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제대로 평가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확인시켰다. 40점 미만은 16%에 이르렀다.

수능 수리탐구I 만점자의 서울대 시험 점수는 5점에서부터 99점까지 커다란 격차를 보여 충격을 주었다. 10점 미만의 점수를 얻은 수리탐구I 만점자도 2명이었다. 낙제점을 받은 학생들은 이번 학기에 신설된 '기초 미적분학' 을 수강해야 다음 학기부터 '미적분학 및 연습' 을 들을 수 있다.

영어시험인 텝스(TEPS)의 경우도 신입생 4천2백65명의 24.4%(1천1백7명)가 기준점(1천점 만점에 5백점) 이하를 받아 '대학영어' 과목을 수강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측은 이들에게 자율학습이나 어학연구소 강좌 수강을 통해 텝스 성적을 올린 뒤 정식 교과목을 수강하게 했다.

◇ 우열반 편성, 심층면접 강화〓서울대는 우열반 편성 등의 대책을 내놨다. 서울대 유우익(柳佑益)교무처장은 "최근 대학 신입생의 기초학력 저하 현상이 대학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고 밝혔다.

柳처장은 "낙제자가 전체의 5% 이내면 재수강이나 학사경고 제도를 활용, 대처할 수 있으나 현 상태는 제도 변화를 필요로 한다" 고 말했다.

서울대는 올해 수학과 영어에 대해서만 수강자격을 제한하거나 기초반을 운영한 뒤 문제가 시정되지 않으면 내년부터 우열반 제도를 다른 과목으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柳처장은 또 "올해 입시부터 심층면접 및 구술고사를 대폭 강화해 수험생들의 실제 학력을 평가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 수능.내신의 변별력 낮아〓서울대측은 "수능 점수가 낮으면 우리 대학 측정시험 점수도 낮았지만, 수능점수가 높다고 측정시험의 점수가 높은 것은 아니었다" 고 밝혔다.

柳처장은 "내신 성적이 나빴음에도 우리 대학의 측정시험 점수가 좋은 학생이 상당수 있었다" 고 밝혔다. 특수목적고나 비평준화 고교 학생들의 영향도 있지만 일선 고교의 '내신 부풀리기' 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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