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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서 앙드레 지드 서거 50주년 기념 공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예술의전당이 앙드레 지드 서거 50주년을 기념해 그의 마지막 소설 '교황청의 지하도' 를 연극으로 각색한 작품을 만들었다. 19~29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1914년 발표된 이 작품은 '동기없는 살인' 을 소재로 세상과 인간의 부조리, 여론(신문 등 사회적인 매체)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국내 초연. 지드의 소설 중 유일하게 연극으로 만들어진 작품이기도 하다.

연출을 맡은 예술의전당 예술감독 문호근씨는 "어두운 이미지의 제목과는 달리 복잡한 플롯이 추리소설같은 재미를 느끼게 하며, 코믹하고 짤막한 장면들이 영화장면처럼 연달아 이어져 풍자와 위트가 넘치는 작품" 이라고 소개했다.

로마 교황이 교황청의 지하도에 갇혀 있다며 사기를 치려는 일당의 음모를 배경으로, 주인공 '라프카디오' 가 절대적인 자유의 가능성을 실험하기 위해 '동기없는 살인' 을 저지른다는 내용.

문 감독은 '어렵다면 어려운'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공공극장이 일반 상업극장에서 하기 어려운 작품을 만들어 자극적이고 볼거리 위주로 기울어진 공연계의 균형추를 세워야 한다는 책임의식 때문이라 했다.

"젊은 사람들을 위한 작품들만 무대에 올려지니 사실상 중.장년층은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스토리텔링 위주의 정통연극을 지향하는 이 작품은 지금은 극장을 찾지 않는 60~70년대 연극팬들을 배려한 작업" 이라고 문 감독은 설명했다.

순수 제작비만 2억원. 요즘 가장 인기있는 무대미술가인 박동우씨가 참여해 무대 전체를 신문지로 도배한다. 이는 언론에 얽매여 사는 현대인을 상징하기 위한 것.

교황청 건물 모형은 위 아래가 거꾸로 설치된다. 출연배우들도 최명수(77).이윤미(52).박용수(46).최은영(30).이대영(46) 등 관록있는 사람들로 구성했다.

문 감독은 "관객들이 1백년 전 작품 속의 '이유없는 살인' 이라는 상황설정, 언론이 사회적인 평판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라는 점 등 21세기 우리 현실과 유사한 점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02-580-1234.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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