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강의서 수능 70% 출제하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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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10일 대폭 높이겠다고 밝힌 EBS 강의의 수능시험 반영률은 ‘직접 반영률’을 뜻한다고 보는 해석이 많다. 교육 수장이 EBS 강의의 수능 반영률을 공식적인 수치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게다가 그동안의 반영률을 두 배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발언이기 때문에 그 파장은 적지 않을 것 같다.

통상 같은 예시문을 쓰거나 EBS 강의 내용을 유추해 풀 수 있는 문제가 출제된 것이 간접 반영률이라면 직접 반영률은 문항 자체가 아예 비슷하거나 숫자만 바꾸는 등 일부만 변형해 출제하는 형태를 말한다.

EBS가 최근 자체적으로 분석해 발표한 ‘2010학년도 수능’의 직접 연계율은 언어 30%, 수리 가 40%, 수리 나 56.7%, 외국어(영어) 30%였다. 또 간접 연계율은 언어 54%, 수리 가 36.7%, 수리 나 20%, 외국어 50%로 직간접 연계율을 합하면 70%가 넘는다는 것이 EBS 주장이다.

안 장관은 반영률 상향에 대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EBS만 보면 대학을 갈 수 있게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실 EBS 강의의 반영률이 높아지면 수능준비생들이 학원 등 사교육에 의지하는 비중이 크게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EBS 교재와 강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올해부터 반영률을 높이는 것은 성급하고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고위 관계자는 “취지는 좋지만 EBS 교재가 출제위원이 보기에도 최상의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직접 반영률을 높이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현재 수능 교재와 방송이 중위권 수준에 맞춰져 있는데 이럴 경우 수능의 변별력도 도마에 오를 수 있다.

한국교원대 이재학(수학교육과) 교수는 “현재 EBS의 수학 강의는 직접 연습을 해 보게 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문제 풀이에만 치중해 또 다른 과외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교사 수업 대신 ‘스타 강사’가 총출동하는 EBS 강의만 보면 되느냐”는 반문도 나온다. 평가원 고위 관계자는 “자칫 EBS 수능 강의가 학교 수업을 지배해 버릴 수 있다”며 “현재의 문제 풀이 패턴을 반복 학습하는 강의로는 교재를 달달 외워서 시험을 치르는 입시기계를 양산하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교총의 김동석 대변인도 “교실 수업이 소홀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 반영률 상향 조정은 공교육의 충실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난 여론이 일자 교과부 관계자는 “직접 반영이냐 간접 반영이냐를 명시해 밝힌 것은 아니다”며 “반영률을 늘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해 달라”고 해명했다. 안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교육업체 메가스터디의 주가는 10% 이상 급락했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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