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수입 급감… 북한 유동성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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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 경제가 유동성(流動性) 부족에 빠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년간 북한 경제의 젖줄 역할을 했던 현대의 대북 송금액이 월 1천2백만달러에서 2백만달러로 감소됐기 때문이다.

현대가 지난 99년부터 지불해온 금강산 관광료는 북한에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매달 1천2백만달러씩 지불하는 현대의 대북 송금은 북한 최대의 달러 박스였다. 그전까지 북한의 최대 외화 소득원은 섬유류였다. 북한은 99년 1억3천만달러 상당의 섬유류를 수출했다.

그러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북한실의 추정에 따르면 섬유 수출로 북한이 손에 쥔 실제 액수는 5백만~6백만달러에 불과하다. 채산성과 수출 마진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금강산 관광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나 다름없다. 원자재를 들이지 않고 연간 1억4천4백만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었다.

평양에서는 올 1월부터 2층 버스가 등장하는 등 주민생활을 향상시키는 조치가 일부 있었는데 북한 당국은 금강산 관광수입으로 중국에서 이 버스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또 유럽지역에서 공장설비 및 각종 기계부품을 수입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행 북한경제팀 박석삼(朴錫三)조사역 등 북한경제 전문가들은 현대의 대북 송금액 감소가 장기화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에너지와 철강 부문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북한은 매년 중국에서 8천만달러 규모의 코크스와 원유를 구입하는데 외화가 부족하면 수입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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