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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속 돌진 소방관 6명 '의로운 죽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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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6명의 소방대원이 한밤 화재 현장에서 인명 구조를 하려다 숨졌다. 자신의 안전보다 시민의 생명을 소중히 여긴 의로운 사람들이었다.

4일 새벽 서울 홍제1동 골목길의 30년 된 2층주택. 진화 후 인명 구조를 하던 서울 서부소방서 소속 소방관 9명이 갑자기 무너져 내린 건물더미에 매몰됐다. 박동규(朴東奎.46)소방장 등 6명이 숨지고 이승기(李勝基.38)소방교 등 3명이 중상을 입었다.

순직한 소방관은 朴씨와 김기석(金紀石.42).김철홍(金喆洪.35).박상옥(朴相玉.32)소방교, 장석찬(張錫贊.34).박준우(朴埈佑.31)소방사다.

이들은 낡은 건물이 물을 흡수하면 무게 때문에 붕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알면서도 집안에 있을 수 있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들었다.

주당 1백여 시간을 근무하는 험하고 열악한 여건 속에서 '불과 싸우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구한다' 는 그들의 소명 의식이 빛난 현장이었다.

이들은 이날 서울시에 의해 훈장 추서와 함께 1계급씩 특진됐다. 그리고 고된 일터를 떠나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장례식은 6일 오전 8시 서울시청 뒷마당에서 서울소방방재본부장으로 치러진다.

◇ 현장〓오전 3시48분쯤 홍제1동 312 선덕치(65.여)씨의 집에서 불이 났다. 불길은 서부소방서 소속 소방차 20여대와 소방관 46명에 의해 5분여 만에 어느정도 잡혔다.

이어 朴소방장 등이 인명 구조를 위해 건물에 들어갔고 그 직후인 오전 4시12분쯤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함께 건물더미에 깔렸다가 구조된 강남길(姜南吉.34)소방사는 "캄캄한 연기 속에서 우르릉 소리와 함께 뭔가가 머리 위로 확 쏟아져 내렸다" 고 말했다.

집안에 있던 주인 宣씨와 세입자 金모(30)씨 등 6명은 화재 직후 집을 탈출했다.

출동한 구조대는 포클레인 등을 이용, 건물더미를 걷어내고 3시간여에 걸친 구조작업을 펼쳤으나 6명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 화재 원인〓경찰은 집주인 宣씨의 아들 崔모(31)씨로부터 "술을 마시고 귀가했다가 어머니로부터 심한 꾸중을 듣고 홧김에 내 방과 어머니 방의 이불에 불을 붙이고 달아났다" 는 진술을 받아내고 崔씨에 대해 방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崔씨는 정신질환을 앓았던 병력이 있다.

강주안.성시윤.홍주연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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