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정부·산은·민간 주도 세갈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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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은행권 및 제2금융권 추가 합병과 함께 금융 지주회사가 올해 금융권 지각변동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22일 "금융 지주회사는 대형화.겸업화라는 세계 금융권의 변화 추세에 부합한다" 며 "20개가 넘는 은행과 난립한 제2금융권 회사들은 합병과 금융 지주회사 편입이란 두갈래 바람을 맞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21일 이코노미스트클럽 초청 강연에서 "정부 주도 금융 지주회사 외에 기존 우량은행이 포함되는 민간 중심의 별도 금융 지주회사도 조만간 선보일 것" 이라며 새로운 금융 지주회사 등장 가능성을 내비쳤다.

금융 지주회사 설립 바람은 세갈래로 예상된다. 오는 4월 출범 예정인 정부 주도 금융 지주회사는 이달말 최고경영자(CEO)가 선임되면 설립 작업이 본격화한다.

금감위 관계자는 "한빛은행과 경남.광주.평화은행을 묶는 이 지주회사는 총자산이 1백10조원으로 1백50조원인 국민.주택 합병은행에 이어 국내 두번째 대형 금융기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지주회사 설립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산은은 현재 국책은행 부분만 남겨두고 상업은행 기능을 떼어내 모두 자회사로 만드는 독자 지주회사를 추진 중이다.

현재 총자산은 84조원이다. 산은은 자회사로 투신운용사를 설립하기 위해 금융감독위원회에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금감위 관계자는 "허가 여부가 확정되진 않았으나, 산은으로선 자회사 설립이 필요한 점이 있다" 고 말했다. 산은은 현재 미국의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사와 지주회사 추진을 위한 컨설팅을 받고 있어 이 결과가 나오는 6월말께 산은 주도의 독자 지주회사가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순수 민간은행인 신한은행은 신한증권.신한생명.신한투신운용 등 5개 회사를 묶어 이르면 5월말 지주회사(총자산 56조원대)출범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이인호 신한은행장은 "자회사로 편입될 신한증권이나 신한생명 등 제2금융권의 경쟁력을 보강하기 위해 외국계의 지분참여를 추진 중" 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늦어도 3월초 이들 외국계 투자자의 실사가 이뤄진다. 또 경영자문을 맡고 있는 제주은행은 경영이 정상화되는 대로 지주회사에 편입될 예정이다.

이상렬.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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