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평화와 민주주의 국내정치·사회상황]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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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정치개혁을 외치는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크지만 실제 개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치개혁의 방향과 내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가 지난 3년간 이룩한 성과를 볼 때 사회.경제 개혁에 비해 정치개혁의 성적은 부진한 편이다. 약체 정부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정부는 소수정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민련과 손잡았는데 양자(兩者)관계는 끊임없이 삐걱대면서 약체정부를 만드는데 작용했다. 이념적 좌표도 문제다. 민주당과 자민련간의 이념적 거리는 민주당과 한나라당간의 간극보다 크다.

김대중 정부는 개혁을 위해 출범 초기에 총풍(銃風).세풍(稅風) 등 사정(司正)개혁을 시도했다. 그러나 검찰을 동원한 일련의 개혁은 별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결같이 법의 자의적 남용이라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끊임없는 정쟁과 정파적 이익으로 얼룩진 한국의 정당이 스스로 정치개혁을 수행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행정부 수장(首長)인 대통령이 정치개혁을 주도할 수도 있지만 상당한 비판과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한편 시민단체도 정치개혁을 주도할 수 있지만 법적 지위가 허약할 수 있다. 따라서 정당과 대통령, 그리고 시민단체로 구성된 3각연대가 힘을 합쳐 정치개혁을 주도해야 할 것이다. 정치개혁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지역감정과 적대감이 가득한 정당 내부를 개혁하는 일이다. 정당개혁에는 오랜 남북대치로 인한 제한된 이념적 스펙트럼을 확대하고 지역감정에 기초한 기존 정당행태를 탈피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진정한 정치개혁은 대의제 시스템의 개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와 민주적 정치문화가 정치적 지도력과 어우러질 때 가능하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

정리=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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