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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SK 서장훈 "화 못참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프로농구 SK의 서장훈은 가장 신체 접촉이 잦은 센터이면서도 파울을 당하면 화를 참지 못한다. 짜증을 내다 못해 심판이나 상대 선수와 다투다 올시즌 세개의 테크니컬 파울을 기록했다.

지난 20일 현대 경기에서는 조니 맥도웰과 신경전을 벌이다 퇴장까지 당했다. 잔뜩 구겨진 얼굴로 항의를 일삼는 것 외에 서선수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을까. 서선수는 왜 화를 낼까.

①심판들이 외면한다〓서선수 몸이 너무 크다. 심판들은 선수들의 등 뒤에서 감각적으로 파울을 짚어내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서선수의 몸집에 가려 상대 선수의 파울을 보지 못할 때가 많다.

②부상이 겁난다〓부상한 왼손 부위에 파울을 당하면 통증이 심하다. 1995년 연세대 재학 시절 농구대잔치 결승에서 삼성 선수의 파울로 목을 다쳐 선수 생명이 위태로웠던 적이 있다. 이로 인해 늘 파울을 겁낸다.

③성격이 예민하다〓장신 선수는 게으르고 무감각하다는 게 농구계의 정설이다 하지만 서선수는 예외다. 상대 선수가 에둘러 하는 욕이나 동작에 담긴 속뜻을 먼저 알고 벌컥 화를 낸다.

④승부욕이 지나치다=지기를 죽기보다 싫어한다. 실수를 인정하기보다는 원인을 상대나 동료에게서 찾으려 든다. 끓어오른 감정은 대개 심판·상대 선수·후배 선수를 향해 폭발한다.

⑤태도가 오만하다〓자주 “심판이 선수를 보호하지 않는다”고 푸념한다. 이는 “왜 나 같은 스타에게 파울을 하게 놔두느냐”는 뜻이다. 상대의 파울을 기술로 극복하기보다는 화를 내다 제풀에 주저앉는다. 그러나 서선수가 화를 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손해가 많다. 팀 전력에 보탬이 되지 않고 팬들도 짜증을 낸다.

시카고 불스가 마이클 조던의 팀이었듯 SK는 서선수의 팀이다. 그러나 서선수는 대들보가 아니라 골칫거리 취급을 당한다. SK 벤치는 “장훈이에게 신경쓰지 말고 경기에 집중하라”며 선수들을 다독이기 바쁘다.

82년 월드컵 무대에 첫 등장한 아르헨티나의 축구신동 마라도나가 파울 세례에 분노, 수비수를 걷어차 퇴장당했을 때 외신은 “세계는 새 왕이 성숙하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썼다. 당시 마라도나의 나이는 18세였고 ‘새 왕’은 4년 후 멕시코 월드컵에서 우승, 기다림에 보답했다. ‘골밑의 황제’ 서선수는 올해 27세다. 팬들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느냐”고 묻고 싶을지 모른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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