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유창혁-야마다 기미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白, 좌변 키워나가다 24에서 멈칫

제2보 (21~39)=劉9단은 백 바둑에 강했다. 낙천적인 대국관이 느긋해야할 백의 입장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래 와선 흑의 승률에 비해 백의 승률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 뭔가 서두른다는 증거일까. 劉9단은 22에 두어 전 재산을 투자한 좌변을 키워나간다. 그러나 24에서 흐름이 끊긴다.

"묘한 대목입니다. 백의 모양이 어딘지 엉거주춤하거든요" 라고 홍태선8단이 말한다.

24는 집을 짓는 것도 아니고 연결도 아니다. 단지 도망치고 있을 뿐이어서 김이 빠진다. 더구나 백은 27자리의 급소가 눈엣가시다.

왜 이처럼 어색해졌을까. 아마도 백△가 놓여있을 때는 좌하의 정석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고 洪8단은 결론을 내린다. 26으로 넓히자 27로 푹 들어왔다.

'참고도' 처럼 받아두면 백도 편하다. 아마도 정수일 것이라고 한다. 백도 막막해 다음 수의 리듬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공격' 의 劉9단은 28로 벙벙하게 씌웠고 순간 29가 리듬감있게 떨어졌다. 가만히 생각하니 야마다8단의 전공은 '타개' 가 아니던가.

"아주 쉬운 곳이지요. 동시에 통렬한 급소라서 백이 곤란해졌습니다. 28은 역시 과했다는 얘기였어요. " (洪8단)

행마는 리듬이다. 다음 수가 쉽게 떠오른다면 잘 풀리고 있다고 보면 된다. 劉9단은 신음을 떠뜨리며 패망선을 넘어간 뒤 34로 쫓았다.

그러나 이 수도 괜한 손찌검이다. 야마다8단이 39까지 백의 뒷수를 메우며 연결하자 좌변의 맛이 고약해진 것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