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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책읽기] '거인들의 발자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1면

중국의 유명한 법가사상가인 한비자는 이런 말을 남겼다.

'삼류 지도자는 자기의 능력을 사용하고, 이류 지도자는 남의 힘을 사용하고, 일류 지도자는 남의 지혜를 사용한다. '

나는 이 말이 훌륭한 리더는 어떤 사람이고 참된 리더십은 어떤 것인지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리더는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 이끌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하는 책 '거인들의 발자국' (두란노 간)을 관통하는 메시지도 바로 이러한 팀 리더십이다. 인류의 역사를 움직여온 수많은 거인의 발자취에서 뽑아낸 리더십을 통해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기는 리더십, 나눠주는 리더십, 다음 세대를 키우는 리더십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인 한 홍(한동대 교수)은 미국 버클리 대학을 졸업하고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풀러 신학대학원에서 미국 교회사를 전공했다. 날카로운 통찰력과 미국과 한국 문화를 모두 경험한 폭넓은 문화사적 이해를 바탕으로 세밀하면서도 흥미롭게 리더십의 본질을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기업가를 비롯해 정치적.영적.사상적 리더들의 흥망성쇠를 폭넓게 조명한다. 특히 권위주의적 제왕정치 체제를 뛰어넘어 자유토론 형태로 국가를 경영했던 세종대왕, 자신의 재주는 탁월하지 않았지만 두터운 인재양성 시스템을 도입해 모토로라를 세계 일류기업으로 키운 폴 갈빈, 이와는 대조적으로 군사사령관 같은 강한 카리스마를 지녔지만 독단적인 경영을 펼친 제니스의 창업주 유진 맥도널드 등 훌륭한 리더와 그렇지 못한 리더의 사례를 비교분석한 것이 매우 흥미롭다.

저자는 또한 빨리 생각하고 판단해 재빨리 행동에 옮기는 것을 유능한 리더의 조건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때론 한 발자국 물러서고 때론 늦게 가더라도 건설적인 의견교환이 이뤄지는 쌍방향 리더십이 디지털시대가 요구하는 21세기형 리더십이라고 말한다.

또 각국의 문화적 특성에 따른 리더십을 이해할 수 있도록 프랑스.영국.독일.중국.일본.한국의 리더십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예를 들어 나라마다 역사와 문화.국민성이 현저하게 다른데 음과 양을 다 수용하는 동양의 조화로운 개념으로 흑과 백이 분명한 서양적 사고에 획일적으로 접근하다가는 큰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는 지적이다.

이 책은 저자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문화사적 접근과 정서적인 접근을 통해 원숙한 리더십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한번 읽어볼 만하다.

채승용 한국피에스아이넷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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