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so cute! How old is she?(오, 정말 귀엽군요. 몇 달이나 된 아기죠?)”
21일 미혼모들의 모임에서 보아스 박사(오른쪽)가 한 참가자의 아기를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www.kumsn.org)’의 대표인 리처드 보아스(60) 박사. 그는 국내 미혼모 사이에서 ‘대부(代父)로 불릴 만큼 미혼모 지원에 헌신적이다. 그가 2007년 설립한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는 국내에선 보기 드문, 미혼모의 권익옹호를 위한 단체다. 보아스 박사는 네트워크 설립 후 정부도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손대지 않았던 미혼모 관련 연구활동을 지원했다. 미혼모 생활시설 등에도 수십만 달러를 내놓았다.
18일 여덟 번째 한국을 찾은 보아스 박사는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부탁받고는 “내가 딸 에스더를 입양할 수 있었던 것은 한 엄마가 도저히 자녀를 혼자 키울 수 없는 환경 탓에 아기를 포기한 덕분이었다”며 “너무나 슬픈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미국인인 보아스 박사가 한국의 미혼모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사연은 1988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안과의사로 생활하던 보아스 박사는 생후 4개월 된 한국인 여자 아이(에스더)를 입양했다. “한국에선 미혼모의 아이, 특히 여자아이는 살기 힘들다고 들었다. 불확실하고 참담한 미래로부터 아이를 구원해, 보다 나은 새로운 삶을 선사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은퇴 후인 2005년부터는 국제입양 지원활동을 시작했고 이듬해 10월 입양과정을 보기 위해 지역 사회복지사를 따라 처음 한국을 찾았다. 여기서 그는 그동안의 생각을 모두 바꿀 만큼 큰 충격을 받았다. 서울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어린 아이들을 보고 나서다. 모두 양육을 포기한 미혼모들의 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어 대구의 미혼모 시설을 방문해 열 명 남짓한 미혼모들을 직접 만났을 때는 갑자기 머리가 멍멍해졌다.
“스무 살 안팎의 젊은 여성들로 모두 아이를 포기하는 데 동의한 상태였다. 죄책감이 느껴졌다”는 그는 귀국 즉시 한국 미혼모들을 도울 길을 찾기 시작했다.
보아스 박사는 “미국에선 미혼모에게 적절한 경제적 지원이 주어지고 직장에서의 차별 등 사회적 편견도 없어 1%만이 아이를 포기한다”며 “한국도 미혼모와 아이에 대해 스스로 책임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김정수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