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차등의결권제 도입…재계 "국내 환경선 최선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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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 수단의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차등 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 수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재계는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를 걱정하고 있는 우량 기업들이 경영권에 대한 불안감을 덜 수 있는 방법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경영권 보호장치가 부실 경영주의 퇴출까지 막는 부작용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배경=외환위기 이후 외국인에 대한 투자제한이 풀리고 국내 기업의 주식을 많이 갖고 있는 외국인이 늘어남에 따라 국내 간판기업에 대한 적대적 M&A의 여지가 커졌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 등 국내 대표 기업의 주식 가운데 절반 이상이 외국인의 손에 들어갔다. 8개 시중은행 가운데 제일.외환.한미은행은 이미 외국인 소유가 됐다.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는 과거엔 막연히 불안하다는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소버린 자산운용이 국내법의 허점을 파고들며 SK그룹의 경영권을 위협하면서 현실적인 위험으로 다가섰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 그룹에 속한 금융.보험사가 다른 계열사에 쓸 수 있는 의결권의 한도를 30%에서 15%로 축소하려 하자 비상이 걸렸다. 대표적으로 문제가 되는 기업이 국내 최대의 간판기업인 삼성전자다. 계열사인 삼성생명 지분에 족쇄가 채워지면 외국인들의 M&A 시도를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망=여러가지 경영권 방어 수단(표 참조) 가운데 국감에서 제시된 차등 의결권은 국내 기업 환경에 가장 적합한 수단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영권을 가진 주주는 보유 지분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룹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많은 계열사를 경영하는 현재의 기업 체제에서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지나친 경영권 보호라는 지적에 대해 "주주들이 특별 결의를 해 정관을 개정하도록 하면 남용을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적인 장애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증권관련법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의 관계자는 "주주 평등을 원칙으로 하는 상법과 충돌할 수 있으며 현재로선 어떤 검토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차등 의결권 제도를 사용해 온 유럽에선 이 제도가 자유로운 M&A를 가로막아 시장의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있다.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은 "차등 의결권 제도를 특정 기업을 위해 도입해서는 안 된다"며 "다만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사회 협약을 맺는다면 이런 제도의 도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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