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상압력에 선제적 대응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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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연초부터 사방에서 죄어오는 통상압박의 강도가 심상찮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최근 한국의 수입쇠고기 구분판매 제도를 협정위반으로 판정하는가 하면, 미 상무부는 스테인리스강 앵글에 대한 반덤핑관세 예비판정을 내렸다.

며칠 전 바셰프스키 미 무역대표부(USTR)대표가 "한국은 미국에 자동차를 50만대나 수출했는데 미국은 1천5백대만 수출했을 뿐" 이라고 지적한 것은 국내 자동차시장에 대한 개방압력이 거세질 것임을 예고한다.

전문가들은 부시 정부 출범 후 경기회복과 무역적자 축소를 위해 외국에 대한 시장개방 압력과 자국의 수입규제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다 유럽연합(EU)이 한국의 조선보조금 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국의 수출품에 대해 수입규제의 벽을 높이고 있고, 인도.남아공.중국 등에서도 잇따라 자국산업 보호조치를 취하고 있다.

내수시장이 극도로 침체된 올 한국경제의 활로는 수출에 달려 있다.

가뜩이나 미국의 경기하락과 엔화약세 등으로 전망이 불투명한 판에 통상압력까지 가중된다면 수출은 더욱 타격을 받고, 경기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에 선제적 대응이 시급하다.

가장 급한 것은 미국이다.

산자부장관과 통상교섭본부장이 수입차를 타는 등 개방의지를 보이지만 반응은 신통찮다.

민관이 유기적으로 협조해 대응책을 마련, 적극 설득에 나서는 한편 미국 새 정부와의 다양한 협상채널을 확보해야 한다.

또 양자협상보다 다자간 협상으로 유도하기 위해 국제기구의 중재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아울러 우리의 통상 관행.제도도 국제규범에 맞게 고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다른 나라들은 한국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이자 경상수지 흑자국에 걸맞은 제도와 개방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또 산업은행의 현대전자 회사채 인수 같이 외국에 통상압력의 빌미를 주는 조치나 국내기업간 출혈경쟁은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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