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문화를 원료로 한 ‘종합 브랜드 서울’ 개발할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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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디자인 서울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서울시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을 역임했던 권영걸 교수(60·서울대 디자인학부·사진)는 이 질문에 “서울을 건강하고 인간 중심적이며 문화정체성이 있는 도시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5월 2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강단으로 돌아간 뒤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다.

그는 ‘공공디자인’이란 “도시의 외형을 바꾸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식을 바꾸는 사회문화 운동”이라고도 말했다.

그가 『서울을 디자인한다(Designing Seoul)』(디자인하우스)를 최근 펴냈다. 2007년 5월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오세훈 서울시장의 권유로 서울시 디자인 정책을 총괄하며 틀을 잡았던 ‘디자인 서울’의 핵심원칙 22가지를 담았다. 그는 머리말에서 “디자인서울은 서울시 모든 사업의 기초개념이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 서울’이 서울의 산과 강, 거리와 광장, 빌딩과 시설물 같은 하드웨어 영역에서부터 도시행정·교육·대시민 서비스라는 소프트웨어 영역까지 도시의 모든 항목을 포괄하고 있다는 의미다.

책은 ‘모든 디자인이 지향해야 하는 일반 원칙’ 22가지를 보여주면서도 그것을 서울과 어떻게 결부시켰는지 설명한다. 첫 번째 원칙은 서울이라는 공간에 장소성의 회복, 즉 잃어버렸던 역사와 문화의 문맥을 되살리는 것이었다. 광화문 광장 사업이 그 예다. 권 교수는 “광화문과 북악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아름다운 경관의 조망공간으로 탄생시키는 일이었다”고 했다. 두 번째 원칙은 ‘인간중심의 도시’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자동차 중심의 공간이던 세종로에 광화문 광장을 조성하고, 한강다리를 보행자 중심으로 친근하게 조성한 것 등이 이 원칙에 따른 것이었다.

요즘 서울 곳곳에서 눈에 띄는 안내사인·표지판·간판에 쓰인 독특한 글씨체(서울서체)는 ‘정체성’이라는 7번째 원칙이 얻어낸 결실이다. 서울서체는 서울한강체(명조계열) 2종과 서울남산체(고딕계열) 2종, 세로쓰기 1종 등 총 7종. 권 교수는 서울 서체를 가리켜 “서울의 깐깐하면서도 부드러운 문화를 강조한 서체”라고 설명했다. 서체의 개발 모티브는 ‘선비정신의 강직함과 단아한 여백’, ‘한옥구조의 열림과 기와의 곡선미’등 전통적 아름다움에서 찾았다고 했다.

책은 단순한 ‘디자인 서울’의 기록을 넘어 공공디자인의 방법론과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권 교수는 “서울은 자연경관이 최상의 자원이고, 전통문화가 차상의 자원”이라며 “자신의 역사와 문화를 원료로 하는, 서울이라는 종합적인 브랜드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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