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성장주보다 가치주를 노려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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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호 26면

‘수급이 모든 것을 앞선다’는 말이 있다. 주식시장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사자는 세력과 팔자는 세력의 힘겨루기에 따라 주가는 오르내린다. 든든한 매수 세력이 있다면 그 주식은 오르게 돼 있다. 증시 양대 세력은 외국인과 기관이다. 개인도 있지만 워낙 많고 각자 복잡한 욕망과 의도를 품고 있는 탓에 하나의 세력으로 불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가운데 기관은 크게 투신과 연기금으로 나눌 수 있다.

국민연금 따라잡기

지금 증시에는 딱히 ‘세력’이라고 부를 만한 주체가 없다. 2007년부터 2008년 초까지는 적립식 펀드 자금을 실탄으로 기관(특히 투신)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2009년에는 외국인들이 돌아와 코스피지수를 50% 가까이 밀어 올렸다. 그런데 올해는 외국인도 투신도 미덥지 못하다. 외국인은 올 들어서 1500억원 정도 순매수에 그쳤다. 투신권은 1조3700억원가량을 팔았다.

올 들어 유일하게 의미 있는 규모로 주식을 사들인 세력은 연기금이다. 최근까지 거래소 시장에서 6500억원가량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달 26일 이래 10여 일이 넘도록 순매수 중이다.연기금 가운데서도 국민연금이 가장 덩치가 크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은 전체 자산의 16.6%다. 지난해(15.2%)보다 1.4%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목표 비중만큼 채우려면 새로 사들여야 하는 주식이 12조원어치 정도 된다는 의미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는 국민연금을 따라 투자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2009년부터 최근까지 1년여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보고서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현재 국민연금은 거래소 시장에서 83개, 코스닥 시장에서 13개 종목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 최근 보유 비중을 늘린 종목을 보면 내수 기업이 대부분이다.

국민연금은 자금 특성상 저평가된 기업을 싸게 사서 주가가 충분히 오른 뒤에 파는 가치 투자를 주로 한다. 지난해 수출 기업들의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이들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내수 기업들을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지난해 2월 4일 기준으로 삼성전자를 5.9% 보유했지만 지난해 9월 25일 기준으로 1%포인트를 매도해 비중을 4.9%로 줄였다.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50% 넘게 올랐다. 충분히 이익을 실현했다고 판단해 투자 비중을 줄인 셈이다. 반면 종전(지난해 6월 29일 기준) 6.9% 보유했던 유한양행을 더 사들여 비중을 7.97%(지난해 12월 21일 기준)로 늘렸다. 이 기간 유한양행 주가는 2% 넘게 하락했다. 못 올랐다고 보고 더 사들였다.

그런데 국민연금 ‘따라잡기’ 투자에는 유의할 점이 있다. 국민연금의 주식 매입 사실이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시장에 알려지는 데까지는 최장 3개월이 걸린다. 곧, 국민연금이 지금 어떤 주식을 사서 보유 비중 5%를 넘겼다고 해도 3개월이 지난 5월은 돼야 그 사실을 알 수 있다는 의미다. 살 때야 그렇다 치고 문제는 팔 때다. 국민연금이 샀다고 해서 투자했는데 나중에 보니 내가 매수할 당시 국민연금은 이미 그 주식을 팔고 난 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은 7.5% 들고 있던 세아제강을 지난해 8월 5일 기준으로 5.48%로 비중을 줄였다. 그런데 이에 대한 보고는 매도 후 두 달여가 지나서야 이뤄졌다. 이 기간 세아제강 주가는 15% 넘게 내리고, 코스피지수는 6.3% 올랐다. 국민연금이 7% 넘게 투자했다고 해서 믿고 샀는데 손해를 보게 됐다. 따라서 ‘따라잡기’ 투자도 실적 등 기업 가치를 ‘따져’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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