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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두개골 수술도 했던 잉카인들, 마추픽추서 왜 갑자기 사라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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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고대 신전 오디세이
이종호 지음
신인문사
404쪽, 2만원

과학자이자 고대문명탐사가. 이 책의 성격을 이해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요소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는 저자의 이력일 듯 싶다. 대학(고려대)과 대학원에서는 건축을 전공한 그는 프랑스 공학박사 출신이다. 그런데 그간 써온 책은 『세계사를 뒤흔든 발굴』 『과학으로 여는 세계 불가사의』(전3권) 『세계 최고의 우리 문화 유산』 『과학으로 찾은 고조선』이었다. 문명과 역사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그대로 읽힌다.

이 책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집트 아부심벨에서 페루의 마추픽추까지 세계의 신전 9곳을 직접 누비며 그 공간이 품고 있는 ‘고대인들의 삶’ 이야기를 들려준다. 얼마전 폭우와 산사태로 주민들이 삶의 터를 떠나야했던 페루의 마추픽추가 간직한 잉카문명 이야기도 그 중의 하나다. 잉카인들은 석회를 쓰지 않고 때로는 은을 녹여 돌을 연결하기도 했을 만큼 건축술은 정교했고, 두개골 수술도 했을 만큼 의학도 수준이 높았다. 그러나 쿠스코의 잉카인들은 16세기 초 잉카문명을 정복하러 온 하얀 얼굴의 에스파냐인들을 ‘전설속의 신들’이라고 믿었다. 잉카의 마지막왕 아타왈파는 에스파냐에서 온 피사로에게 수많은 금을 바치고도 교수형을 당했다.

잉카인들이 마추픽추에서 갑자기 사라진 원인을 둘러싼 다양한 학설에서부터 영국의 거석 구조물 스톤 헨지, 멕시코의 테오티와칸과 치첸이트사의 마야문명, 그리스의 델포이와 파르테논 신전, 중국 우하량의 북쪽 구릉 꼭대기의 여신전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흥미롭다. 이미 ‘고고학’을 다룬 대중서에서 접해본 이야기지만 신화·과학·역사를 아우르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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