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총격장소는 청와대 집무실 부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지난해 발생한 청와대 총기 사고와 관련, 경찰이 파장을 우려해 이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당초 발표와 달리 숨진 김정진 순경에게 출혈.찰과상 등 흔적이 있었고 가해자인 K경장과의 사이에 갈등이 있었을 수 있다는 언급도 나왔다.

또 사고 장소가 청와대 밖 경비초소가 아니고 청와대 본관에서 불과 2백m 떨어진 지점에서 일어난 것으로 수정 발표되는 등 경찰의 해명이 번복되고 있다. 사고는 김대중 대통령이 러시아.몽골을 순방 중이던 지난해 5월 31일 일어났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청와대 본관에서 5백m 떨어진 경복궁 후문 경비 초소에서 발생했다" 며 사고 지점이 청와대 경내가 아니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또 "경비초소 근무 중이던 K경장이 총기손질을 하다 오발해 김정진 순경이 사망했다" 고 밝혔다. 경찰은 "두 사람이 동향 출신으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절친한 사이였다" 고 발표했었다.

발표 이후 경찰은 "K경장이 金순경의 입에 총을 넣고 장난치다가 오발사고가 일어났다" 고 일부 사건 경위를 스스로 정정했다.

이어 며칠 뒤 한 언론이 "청와대 경내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고 보도하자 수사 관계자가 "청와대 본관에서 멀리 떨어진 경내에서 일어났다" 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경찰청은 13일 한나라당이 이 사건에 의혹을 제기하자 기자회견을 통해 "사고 지점이 청와대 본관에서 동남쪽 방향으로 2백m쯤 떨어진 경내 3초소에서 발생했다" 고 시인했다.

경찰은 또 "숨진 金순경이 나이가 많은 데도 계급이 낮은 점 등 두 사람 사이에 갈등요인이 없지 않았다" 며 지난해 수사 발표를 번복했다.

경찰은 이날 당시 시체 감정서에서 입술 안쪽에 작은 출혈 흔적과 정강이 찰과상 등이 있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 단순 오발사고가 아니었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경찰은 당초 '총상 외에는 외부 상처가 없었다' 고 밝혔었다.

이밖에 당시 초동수사를 담당했던 검찰.경찰은 金순경의 혈흔 및 탄흔 조사 등 구체적인 현장 검증을 하지 않고 유가족에게 사건 장소만 확인해주는데 그쳐 서둘러 사건을 종결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검.경은 사건 발생 이틀 뒤에야 현장을 방문했다.

경찰은 이날 당시 사건 현장 주변에서 방제작업을 벌이던 인부 2명도 조사하지 않은 사실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경찰청은 회견에서 "관련 자료가 제대로 남아있지 않아 재조사는 불가능하다" 고 밝혔다.

강주안.정효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