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적론' 시비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내년도 남북관계의 새 설계도를 마련할 4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평양에서 시작되기 하루 전인 11일 북측은 조평통(祖平統)명의로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규정한 남측의 올해 국방백서를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북측은 성명에서 "대화.협력의 상대방을 주적으로 간주하는 속에서 북남관계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고 주장, 4차 장관급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주적론' 시비 배경〓통일부 당국자들은 "북측의 '주적론' 비난 성명이 심각한 문제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 이라며 "회담을 앞두고 한번 짚고 가는 수준" 이라고 분석했다.

북측이 1993년부터 줄곧 우리의 '주적개념' 을 문제삼아온 데다 2~3일 만에 성명이 등장했던 전례와 달리 백서 발간 10일 후에야 성명이 등장한 때문. 북측은 지난 5일 군사 실무회담에서는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제고한다는 차원과 함께 남측 입장이 변하지 않았음을 일깨우는 대내 심리전 측면이 있다" 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북측이 제기할 '주적론' 과 장충식(張忠植) 한적총재 발언에 맞서 이산가족 상봉 때의 남측기자 억류, 지나친 정치 선전장화의 문제를 거론해 용광로식 쟁점 일괄 해결을 꾀한다는 생각이다.

◇ 새해 남북관계 설계〓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은 "이번 회담은 6.15 공동선언 후 추진성과를 총 결산하고 내년 사업의 가닥을 잡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남측이 역점을 두는 사업은 이산가족 상봉의 제도화. 통일부 한 당국자는 "3차 적십자회담을 곧 개최, 면회소 설치를 마무리하겠다" 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교수.대학생 교류와 경평(京平)축구 일정은 이번에 매듭지을 계획.

남측은 또 임진강 수방대책 등 장관급회담의 경협 합의사안을 총괄할 상설협의체인 차관급 '경협추진위' 구성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반면 경제시찰단.한라산 방문단 등의 일과성 행사는 북측 사정을 감안할 계획이다.

◇ 핵심은 김정일.김영남 서울 방문=내년 남북관계를 짚어 볼 풍향계는 역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이른 봄 서울 답방' 여부. 사전답사격인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이른 시일 내' 방문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통일부 당국자는 "논의는 되겠지만 우리가 먼저 나서 매달리지는 않겠다" 며 느긋한 입장을 보여 '답방협의' 를 둘러싼 신경전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최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