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려는 이웃에 희망을 … 1000원짜리 점심 ‘기운차림식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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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9일 대전시 기운차림식당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음식을 나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9일 낮 12시 대전시 중구 중동에 있는 대전중앙시장. 대전역 방향 시장 입구 골목에 들어서자 ‘한상 차림 1000원’이란 안내문구가 입구에 적힌 음식점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10월부터 운영중인 ‘기운차림식당(56㎡)’이다.

식당 안 28석의 자리에는 고객들로 꽉 차있다. 시장 상인과 노인 등이 주요 고객이다. 이들이 테이블에 앉아 1000원짜리 한 장을 내자 곧바로 쟁반에 상이 차려져 나온다. 메뉴는 대접에 수북이 퍼 담은 밥과 된장국, 김치 등 반찬 3가지. 식당에서 자원봉사로 일하고 있는 기인순(38·여)씨는 “재료비만 해도 1000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모자라는 밥과 반찬은 얼마든지 보충해준다. 이곳에서 만난 중앙시장 상인 윤청자(67·여)씨는 “깔끔하게 차려 나오는 1000원짜리 점심식사를 하고 나면 하루가 든든하다”고 말했다.

이 음식점은 임의 봉사 단체인 ‘기운차림 봉사단’이 운영한다. 남상찬 봉사단장은 “비록 현재 처지는 힘들지만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려는 이웃에게 희망을 갖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 1000원 식당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식사를 공짜로 제공할 경우 ‘무료 급식소’라는 ‘진부한’ 이미지를 심어줄 것 같아 최소한의 가격만 받기로 결정했다”는 게 남씨의 설명이다.

지난해 6월 부산에서 처음 문을 연 기운차림 식당은 현재 서울 등 전국 6곳에서 운영중이다. 봉사단은 식당위치도 재래시장 주변으로 정했다. 영세 상인,노동자 등 삶에 의욕은 있지만 생활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때문이다.

‘1000원 식당’은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점심시간에만 운영한다. 식사는 하루 100명에게만 제한적으로 제공한다. 식당이름도 ‘밥 먹고 기운을 차리라’는 의미에서 정했다.

기운차림 봉사단 배진영(38·여)간사는 “주변 음식점 영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식당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식당 운영비는 전액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운영요원도 전원 자원봉사자들이다. 신선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재료는 대부분 날마다 새벽에 구입한다.

대전중앙시장안 ‘1000원 식당’은 자원봉사자 40여명이 3∼4명씩 교대로 봉사하고 있다.

특히 식당 살림을 맡고 있는 박상화(65·여)씨는 30여년간 운영하던 옷 수선 가게를 정리하고 봉사에 참여했다. 그는 음식재료 구입에서 요리까지 책임지고 있다. 그는 “평소 남을 위해 일하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기운차림 식당 개소 소식을 접하고 주저 없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식당 운영 소식이 알려지면서 고객층도 다양해지고 있다. 시장상인과 노인은 물론, 호기심에 찾는 일반 시민까지 있다. 이용호(72·대전시 대덕구 신탄진동)씨는 “가격은 싸지만 정성이 담긴 밥 한 그릇을 먹으면 삶에 의욕이 솟는다”고 말했다.

글=김방현 기자 ,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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