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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경제 2001년엔 더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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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8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001년 경제전망은 내년 우리 경제가 올해보다 훨씬 악화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한은은 공식적으론 내년 성장률 (5.3%)이 아직 잠재성장률 수준이며, 기업.금융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서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형편이 좋아지기 때문에 외환위기 직후 같은 경기 급강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지난해(10.7%)와 올해(9.3%)에 비해 성장률 하락폭이 워낙 큰 데다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구조조정의 향방, 불안정한 국제유가나 반도체 시세 등 나라 안팎에 불확실성이 잠복해 있어 한은의 낙관적인 전망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든 실정이다.

◇내수 급속 위축에 수출도 둔화=한은 전망에 따르면 구조조정에 따른 심리적 불안, 교역조건 악화로 인한 실질소득(GNI) 감소로 내년 중 민간소비는 급속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투자가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설비투자 역시 소비와 수출이 둔화하고 기업 구조조정의 여파가 미치면서 미미한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유일한 돌파구인 수출마저 미국 등 주요 수출지역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증가율이 10%대로 크게 하락,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올해의 절반 수준(45억달러)으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물가와 실업률도 우리 경제에 커다란 주름살이 될 전망이다. 한은은 내년엔 고유가 파장 및 유류세 인상계획 때문에 소비자물가가 3.7%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그간 한은이 내세워온 물가목표 '2.5 ±1%' 를 벗어나는 수치다. 한은은 올해 연말에 정부와 협의, 물가 목표치를 수정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올해 3분기 3.6%에 달한 실업률은 구조조정으로 실업자가 양산되고 경기가 급랭하면서 내년엔 4%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농한기와 대학졸업이 맞물리는 내년 1분기엔 실업률이 4.6~4.7%, 실업자 숫자가 90만명을 웃돌 예정이다.

◇대책은 없나〓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체감경기가 급속히 악화하는 데 대해 정부와 한은이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LG경제연구원 심재웅 연구위원은 "성장률 자체보다 실질소득이 감소돼 체감경기가 얼어붙는 게 더 큰 문제" 라면서 "재정과 통화정책을 적절히 동원해 경제의 성장기조가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 정한영 거시경제팀장은 "내년 중 경제성장률 둔화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상됐던 일이므로 통화당국이 일찌감치 금리조정을 통해 올해 성장속도를 조절했더라면 이같은 최악의 경기 급랭은 막을 수 있었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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