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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탁 노인에 도시락 봉사 햇빛노인복지센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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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전달하는 사람의 따스한 체온까지 실어나르는 점심 도시락-.

대구시 남구 이천동 햇빛노인복지센터가 지난 5년간 의지할 곳 없는 노인들을 찾아 배달한 점심 도시락이 이달 들어 10만개를 훌쩍 넘어섰다.

"올 겨울은 이 도시락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도시락을 준비하는 박태정(朴胎貞·25·여)씨는 기온이 내려가는 요즘 "마음이 더 바빠진다"고 말했다.

불교사회복지회(대표 지도스님)소속 햇빛노인복지센터가 거동이 불편한 남구지역 무의탁 노인들에게 배달하는 도시락이 초겨울로 접어들면서 하루 1백50여개에 이른다.

1996년 4월 처음 시작할 당시 복지센터 인근 노인가구 10여세대를 대상으로 했던 것이 해를 거듭하며 불어났다.

거동이 아주 힘든 1백여 노인들에게는 김이 나는 밥과 국·반찬 등을 따로 담은 점심 도시락을 전하고 그나마 건강이 나은 노인들에게는 김치.장조림 등의 밑반찬을 배달한다.토요일에는 빵과 우유·과일 등의 간식 도시락도 배달한다.

매일 식단을 바꿔가며 도시락을 싸는 복지회 사람들은 그래도 힘이 난다.도시락을 배달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5년동안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지센터 이성희(27·여)씨는 "기름값을 써가며 자동차로 배달에 나서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는 것을 보면 아직 우리 사회가 넉넉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점심 도시락이지만 밥을 가득 담아 대부분의 할아버지·할머니들은 이 도시락으로 두끼를 해결한다.

관절염이 심해 지난해부터 도시락을 배달받는 김모(75·남구 이천동)할머니는 "누군지 모르지만 아들·딸보다 더 낫다"며 계속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 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문제는 도시락 하나를 싸는데 드는 2천원이 넘게 드는 재료비가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쌀·채소 등을 보내오거나 돈을 보태주는 숨은 후원자들과 넉넉지 않은 복지회의 기금으로 지탱해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해부터 보건복지부의 특별예산지원(분기당 7백50만원)사업으로 선정돼 재정에 숨통이 트였다.

복지센터는 요즘 올 겨울을 넘겨줄 김장 걱정이 한창이다. 지난해는 청과시장 등의 후원으로 배추 8백포기,무우 4백개를 담았지만 올해는 모두 사정이 어려운지 아직 한곳도 김장 후원이 없다는 것.

그래도 다음달 초순까지는 김장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복지센터 사람들은 다음주부터는 도움을 줄 만한 곳을 직접 찾아 나설 계획이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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