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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승현 수사] 리젠트 돈 빼내기 2인 사기극일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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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코리아온라인(KOL)측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자신들은 진승현과 고창곤 전 리젠트증권 사장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장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두 사람만의 공모극으로 보기에는 의문이 많다는 지적이다.

◇두 사람만의 공모극인가=현재까지 KOL 산하의 리젠트 계열사에서 陳씨측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확인된 돈은 모두 8백80억원. 이중 2백80억원은 리젠트증권(옛 대유증권), 나머지 6백억원은 리젠트종금(옛 경수종금)이 빌려준 것이다.

피터 에버링턴 KOL 부회장 겸 홍콩 리젠트그룹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이 대출은 지난 3월 高씨와 리젠트증권.종금의 이사 두 명이 공모해 일어났다" 고 밝혔다.

KOL은 리젠트종금이 陳씨측에 대출해준 사실을 4월에 인지하고 대대적인 내부감사를 실시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高씨를 리젠트증권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한 것은 5월 말 정기주총이 끝나고 한참 뒤인 8월 초였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高씨가 불법대출을 주도해 피해를 주었다면 왜 KOL이 高씨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지 않았느냐는 점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주가조작하고 손해?=陳씨의 주가조작 동기나 결과도 석연치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陳씨와 高씨는 지난해 10월 초 2천9백원대이던 리젠트증권 주가(액면가 1천원)를 한달여 사이에 6천원대까지 올리는 시세조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주가조작에 나섰던 陳씨측은 주식을 처분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陳씨는 올 1월 초 KOL에 리젠트증권 주식 8%를 주당 6천원에 매입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KOL측은 당시 주가가 4천원대밖에 되지 않아 이 제의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KOL측은 "1998년 한국 진출 이후 KOL은 지속적으로 주식을 매입하기만 했던 점을 이용, 陳씨 등이 리젠트증권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끌어올린 후 우리에게 팔려고 했던 것 같다" 며 "우리는 陳씨.高씨의 주가조작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고 말했다.

그러나 陳씨의 한 측근은 "KOL 경영진이 리젠트증권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올려주면 99년 말에 매입대금에 은행예금 금리를 덧붙인 가격으로 주식을 되사주겠다고 약속했다" 고 주장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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