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텐슨 전 주한 미국 부대사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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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국의 대북정책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

그 스스로 한국을 '제2의 고향' 이라고 말할 만큼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리처드 크리스텐슨(55.사진)은 미 대선이 한반도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유창한 우리말로 이렇게 말했다.

최근 세미나 참석차 잠시 서울에 온 그는 지난 6월까지 만 3년간 주한 미 대사관 부대사로 일했으며, 1994년에는 카터 전 미 대통령과 함께 북한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일성(金日成)주석과 만나기도 했다.

67년 목포에서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과 첫 인연을 맺은 그는 미 국무부 한국부(副)과장을 지냈고 북한을 여섯차례나 방문하기도 해 미 국무부에서는 '한반도통' 으로 알려져 있다.

부인 정화영씨와 1남1녀를 두고 있는 그는 올해 안식년을 맞아 워싱턴 DC에 있는 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은.

"외관상 미 대선이 혼미를 거듭하는 것 같지만 이는 미국 특유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건재하다는 방증이다.

미국의 대외정책은 초당적 외교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88년부터 미국은 인내심을 갖고 북한과 대화를 추진해 왔다. 누가 미국의 새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런 대북정책 기조를 그대로 승계할 것이다. "

-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방북에 이어 열린 북.미 미사일 협상이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올브라이트 - 김정일회담은 건설적이었다. 이제 양국은 총론에 이어 각론을 만들어야 할 때다. 콸라룸푸르에서 가진 북한과의 미사일 협상도 그런 각론을 세우기 위한 것이었다. "

-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가능성은.

"워싱턴과 평양은 이 문제를 놓고 이미 심도있는 논의를 마친 상태다.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북한이 잘 알고 있다. "

- 김대중 대통령이 추진하는 2(남북한)+2(미국.중국)방식의 평화협정에 대한 미측 입장은.

"미국은 남북한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평화협정과 관련,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정전협정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일본.러시아도 어떤 형태로든 한반도 평화협정을 지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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