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 찾은 여야] 야, 당내 갈등 우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시원하나 혹시 지뢰를 밟은 것은 아닌가... 어쨌든 수습해야 했다. "

'김용갑(金容甲)발언 파문' 에 대해 한나라당 내부에선 "야당다운 말을 했다" 는 격려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마음은 그렇게 편치 않았다" 는 게 15일 총재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검찰 탄핵안을 관철하고 경제위기 타개에 집중하겠다는 李총재의 국회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라고 타협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金의원의 발언내용을 둘러싸고 당내 이념적 논쟁이 불거질 것을 신경썼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과거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진보.보수세력이 혼재해 있다.

타결에 앞서 李총재는 이날 아침 가회동 자택에서 박희태(朴熺太)부총재 등 영남권 출신 간부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당내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수습에 앞장서 달라" 는 취지로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재실로 찾아온 이부영(李富榮)부총재에게 같은 얘기를 했다고 한다. 李부총재는 金의원의 발언에 반발했다.

이어 열린 총재단 회의에서 李총재는 "당내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는 것이 민주정당이지만, 우리당의 특장(特長)은 모든 것을 슬기롭게 해결하며 단합하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李총재가 주도하고 있는 박순용 검찰총장.신승남 대검차장 탄핵안의 일정이 흐트러져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李총재는 "경제가 무너진 상황에서 정치인 발언 하나로 국회가 파행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고위당직자는 "당력을 집중했던 '탄핵안 전선' 이 헝클어지면 곤란하다" 면서 "검찰의 엉성한 동방사건 수사발표에 타격을 줄 수 있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 고 아쉬워했다.

전영기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