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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인기 지자체장들의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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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다음 달 6일 취임 3년째를 맞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부(大阪府) 지사(40)의 인기는 대단하다. 26일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오사카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무려 8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출범 넉 달 남짓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내각 지지율이 40%대인 점을 감안하면 2배에 달하는 인기다.

지지 이유로는 단연 그의 지도력이 꼽혔다. 의회와 공무원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오사카 재정과 교육 등 각종 분야에서 개혁을 추진한 그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2년 전 38세 최연소 지사로 취임한 그는 65조원에 이르는 오사카의 재정부채를 줄이기 위한 ‘오사카 유신’을 선언하고 강도 높은 재정개혁을 시작했다. 공무원들의 거센 반발에도 굴하지 않고 공무원 임금을 평균 11.5% 감봉하고, 불필요한 예산은 모두 삭감했다. 기초자치단체 보조금을 줄인 것은 물론 유례없는 공무원들의 퇴직금 삭감도 강행했다. 그렇다고 오사카의 살림살이가 눈에 띄게 달라진 것도 없다. 이달 중순 발표된 전국 실업률 조사 결과 오사카가 7.7%로 가장 높았다. 교육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예산을 삭감하다 보니 주민들에 대한 의료·복지도 변변치 않다. 그런데도 “행정·재정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일정한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75%에 달했다.

이런 전국구 스타 지자체장만이 주민들의 지지를 받는 건 아니다. 도쿄 도심에서 50㎞ 떨어진 인구 1만6000명의 작은 마을 히노데마치(日の出町)의 아오키 구니타로(青木國太郎·81) 정장(町長)은 올해 5기, 20년째 정장으로 일하고 있다. 20세 주사보로 마을사무소에 취직, 올 4월 퇴임하는 그는 61년째 마을을 위해 일했다. 그는 지난해 일본 지자체 중 처음으로 고령자 의료비 무료화를 시행했다. 75세 이상 노인에게 의료비를 전액 지원하는 제도다. 또 70세 이상 주민들에게는 매년 2만 엔(약 26만원)의 격려금을, 100세가 되면 축하금 100만 엔(약 1300만원)을 각각 지급한다.

고령자는 연 1회 무료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중학생까지 자녀들의 의료비도 지자체가 부담한다. 어린이 1명당 매달 1만 엔(약 13만원)어치 상품권도 지급한다. 무료 셔틀버스 4대가 하루 종일 마을 골목골목을 누비며 쇼핑센터·병원·마을회관 등으로 어르신들을 실어 나른다. 빠듯한 마을 예산 때문에 반발도 많았지만 3년 전 대형 쇼핑몰을 유치하고 쓰레기 소각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재원을 마련했다. 정장과 마을의회, 공무원들의 급여를 삭감한 것은 물론이다. 이 덕에 줄어들던 인구가 5년 전부터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기자가 만난 아오키 정장은 “지금까지 정장으로서 수많은 정책을 발표해봤지만 이만큼 전폭적인 지지와 감사를 받은 적이 없다. 주민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주민을 위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는 개발 공약이나 국내외 기업들과의 양해각서(MOU) 체결에만 몰두하는 우리네 지자체장들이 꼭 들어줬으면 하는 말이다.

박소영 도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