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펀드 평가 2004년 3분기] 펀드 성적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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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고수익 욕심을 내지 않는 배당주 펀드가 유형별 펀드 수익률 최상위를 휩쓸었다. 요즘 증시의 새 바람인 배당투자의 위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주식형 펀드의 왕좌를 놓고 배당펀드와 기존 펀드 간 치열한 자리 다툼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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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당펀드 시대=성장형에서 SEI에셋의 세이고배당주식형이 올 들어 3분기까지 수익률 13.8%로 1위에 올랐다. 이 펀드는 1분기 최하위권에서 상반기 2위로 급상승했다가 이번에 1위를 거머쥐었다.

이 펀드는 현재 수익률 관리를 위해 스스로 추가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2위 역시 배당펀드인 신영투신운용의 신영비과세고배당주식형(11.2%)이 차지했다. 나란히 성장형 1, 2위에 오른 이들 펀드는 한국 대표주인 삼성전자를 한 주도 편입시키지 않았다. 대신 공통적으로 높은 배당수익률이 기대되는 중소형주를 많이 갖고 있다. 코스닥 종목도 배당이 높으면 적극 편입했다. 다른 성장형 펀드들이 삼성전자를 평균 20% 안팎 편입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3분기 중 4% 하락했다. 두 펀드 모두 삼성전자에 휘둘리지 않은 것이다.

또한 포트폴리오 교체나 매매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이다. 일단 한번 사면 시장 흐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뚝심있게 보유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배당펀드는 아니지만 PCA투신의 PCA업종일등주식D-1도 연초 대비 8%가 넘는 수익을 올리며 3위에 올랐다. PCA투신의 송성엽 주식운용팀장은 "주식 편입비는 그대로 둔 채 저평가 우량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교체하고 있다"며 "이미 배당주식이 많이 올라 배당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만큼 배당주 펀드의 수익률이 계속 고공 비행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배당펀드들은 투자 위험성을 나타내는 변동성 부문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수익률 1, 2위에 오른 성장형 배당 펀드들은 변동성이 낮은 상위 1%에 들었다. 신영비과세고배당주식형이 변동성 11.55로 1위, 세이고배당주식형이 12.33으로 2위였다.

신영투신운용의 허남권 주식운용1본부장은 "고수익이 아니라 '금리+α'의 적정 수익을 계속 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신영비과세고배당주식형의 경우 41개 편입 종목이 펀드 수익률에 골고루 영향을 미친다. 허 본부장이 '1/N 전략'이라고 부르는 이 방식은 특정 종목의 등락에 펀드가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서다.

SEI에셋 오재환 이사는 "우리는 고수익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저위험에 중간 정도의 수익률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두 회사 모두 '대박' 수익률이 아니라 '적당한 수익률'을 좋아했으며, 배당펀드를 고수익 펀드로 여기는 요즘 세태를 똑같이 부담스러워했다.

◆ 인덱스펀드의 부활=인덱스펀드는 1분기 평가에서 유형별 수익률 1위(9.5%)에 올랐다가 2분기엔 꼴찌(-12.2%)로 떨어졌다. 하지만 3분기 5.6%의 수익률을 올리며 올 초 이후 수익률(1.5%)에서 성장형을 다시 앞질렀다. 인덱스펀드는 거래소 시장의 대표종목 200개로 이뤄진 KOSPI200지수에 따라 투자하는 펀드다. 당연히 인덱스펀드는 시장과 함께 움직인다.

본지 평가 결과 인덱스펀드는 장기로 갈수록 성장형보다 수익률이 높았다. 1년 수익률을 비교할 때 인덱스펀드는 21.3%, 성장형 펀드는 19.1%였다. 3년 수익률 역시 인덱스펀드(90.8%)가 성장형(85.4%)보다 나았다.

◆ 채권형 펀드 인기 꺾일 듯=올 들어 채권시장이 강세를 띤 덕분에 채권형 펀드로 돈이 대거 몰렸다.

그러나 이젠 채권형으로 돈이 더 몰릴 것 같지는 않다. 채권 랠리가 계속된 탓에 절대금리 수준이 낮아지면서 9월 들어 금리 하락폭이 둔화됐고, 그 영향으로 채권 펀드수익률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0월의 콜금리 동결로 금리 하락 추세에 제동이 걸리는 등 향후 금리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제로인 이재순 팀장은 "추가로 콜금리가 인하되기 전에는 채권형의 수익률 저하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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