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명화] EBS '푸른수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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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푸른 수염 (EBS 밤 10시30분)〓장 뤽 고다르.프랑수아 트뤼포 등과 함께 '카이에 드 시네마' 의 영화 평론가로 활동했던 클로드 샤브롤 감독의 작품.

누벨바그 영화 사조의 포문을 여는데 일조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푸른 수염' 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배경. 사기 행각을 벌이다 10여명의 여성을 연쇄 살인한 앙리 데지르 랑드뤼의 이야기를 토대로 한 영화다.

랑드뤼는 신문 광고란을 통해 50대 과부들에게 접근, 열렬한 구애로 환심을 산 뒤 재산을 갈취하고는 여자를 살해한다.

결국 체포된 그는 부유한 생활에 익숙한 자식들을 부양하기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털어 놓는다.

자신은 정신병자가 아니라며 변호도 거부한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연구서를 출간할 만큼 히치콕의 추종자였던 샤브롤 감독의 접근 방식은 히치콕보다 어둡고 진지한 것이 특징.

'푸른 수염' 은 겉모습은 우아하고 평온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강박감과 성적 억압에 쩔쩔매는 부르주아의 허위 의식을 보여주는 작품.

히치콕식 스릴러 문법을 프랑스적인 감성으로 해석한 부분도 눈여겨 볼만하다.

감독의 상상력에 따라 영화의 내용과 형식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1962년작. 원제 Lan D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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