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축구] 패전 사우디·이란 감독 물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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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아시안컵 축구대회는 감독들의 무덤인가.

대회 초반 사우디아라비아 감독이 일본전에서 1 - 4로 대패한 다음날 해고된 데 이어 8강전에서 한국에 역전패한 이란 감독도 쫓겨났다.

이란 방송은 26일(한국시간) 자랄 탈레비 감독이 한국전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축구연맹 집행부도 정계와 언론으로부터 일괄퇴진 압력을 받고 있다.

탈레비 감독은 한국전에서 1 - 0으로 리드한 이후 지나치게 소극적인 전술로 일관해 역전패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이끌었던 탈레비 감독은 지난 3월 아시안컵 예선을 앞두고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사우디의 체코 출신 밀란 마칼라 감독은 C조 예선 첫 경기만 치르고 쓸쓸히 출국 보따리를 쌌다.

인정사정없는 감독 경질로 악명높은 사우디는 팀을 프랑스월드컵 본선에 올려놓은 독일 출신 오토 피스터를 해고했으며, 브라질 출신 알베르토 파레이라 감독도 월드컵 본선 2패의 책임을 물어 경질한 바 있다.

감독 경질은 성적 부진이나 충격적인 패배의 책임을 물어 단행하는 게 보편적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한국의 허정무 감독은 아시안컵 결과에 관계없이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에 시달리고 있다.

시드니 올림픽 8강 실패를 비롯,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내세울 만한 성적을 낸 적이 없는 데다 대표팀의 경기력이 전혀 나아진 게 없다는 이유다. 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안컵 뒤 허감독의 진퇴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축구협회와 끊임없는 불화를 빚고 있는 필립 트루시에 일본 감독도 편한 입장이 아니다.

그는 2002년 월드컵까지 임기를 연장했지만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교체될 수도 있다는 이면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일본 대표팀을 떠나겠다" 고 공공연히 큰소리치는 것도 그를 내쫓으려는 일본축구협회와의 신경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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