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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 난장판으로 변한 외국가수 공연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SBS가 주최한 세계적 가수 리키 마틴의 초청공연을 보기 위해 두달여 전에 15만원을 주고 무대가 가장 잘 보이는 프리미엄석 입장권을 구입해 흥분된 마음으로 공연장에 들어섰다.

오후 7시였던 공연은 거의 40여분이 지난 뒤에야 시작했고, 한 곡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어디선가 뛰쳐나온 사람들이 프리미엄석 구역의 통로들을 꽉 채우고 들어서 버렸다.

정 중앙의 관람석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의 관람객들은 정체불명의 관객 때문에 시선을 비스듬히 둘 수밖에 없어 일제히 의자 위로 올라섰다.

뒤에서 뛰쳐나온 사람들이 관람석 앞으로 무더기로 몰려들었고 어떤 사람들은 의자의 팔걸이 위로 아슬아슬하게 올라섰다.

누구 하나라도 중심을 잃어버리는 날엔 대형사고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주최측의 방관과 무신경 속에 좌석의 의미는 사라지고 공연장은 한마디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1시간30여분의 공연 동안 무대를 볼 수 있었던 건 채 10여분으로 내내 앞사람의 흔들리는 엉덩이만 바라보며 지루함과 울분을 견뎌내야 했다.

서부 활극을 방불케 하는 공연문화를 접하니 다시는 공연장을 찾고 싶지 않았다.

이양원.인터넷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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