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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결론 미리 내린 뒤 거기 맞는 증거만 취사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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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편향 논란을 불러일으킨 판결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모두 검찰의 수사 단계부터 논쟁이 붙은 정치적 사건들이다.

이 때문에 검찰의 기소 논리와 법원의 무죄 논리는 같은 사실 관계를 놓고도 첨예하게 맞선다.

우선 무죄를 선고한 판결들은 검찰 측이 제시한 유죄 증거를 철저히 배척했다.

MBC PD수첩 무죄 판결에서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판사는 ‘소가 주저앉는 것과 광우병 걸린 소 사이에는 큰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방송에 나온 소들이 광우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미국에서 1997년 이후 광우병이 발병한 적이 없다’는 점은 받아들였으나 “일본과 캐나다에서 광우병 발병 사례가 있다는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된 이번 사건에서 일본과 캐나다의 사례를 새로운 증거로 부각시키며 광우병 발병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판단한 것은 억지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한국인이 인간 광우병에 특히 취약하다’고 보도한 것은 “과장됐거나 논문을 잘못 이해한 것”으로, 영어 오역은 “의도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각각 판단했다. 모두 보도 과정에 잘못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해명성 증거를 적극 인용한 것이다. 반면 협상팀과 정부 관계자를 ‘친일 매국노’라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이 같은 문 판사의 논리 전개는 지난 14일 민노당 강기갑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동연 판사의 경우와 흡사하다. 이 판사는 보조탁자를 부수고 원탁에 올라가 ‘공중부양’을 한 강 대표보다 피해자 격인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의 행동을 더 주시했다. 그러면서 “비서가 만든 신문기사 스크랩을 읽는 것은 공무지만 원탁에 앉아 한가로이 신문을 읽는 것은 공무가 아니다”는 법 해석을 내놨다. 국회 경위의 멱살을 잡은 것 역시 “흥분한 상태여서 폭행으로 볼 수 없고 항의 표시를 위한 수단”이라고 했다. 공용물 손상 혐의는 공무집행방해의 하위 개념이라며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두 판사의 또 다른 공통점은 법원의 판례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고법은 PD수첩에 정정보도 판결을 내렸고, 서울남부지법은 민주당 문학진·민노당 이정희 의원의 ‘국회 폭력’ 사건에서 공용물 손상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는 아니지만 일반 국민에게 영향이 큰 하급심 판결도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무시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두 판결 모두 이례적으로 판결문이 방대하다. PD수첩 판결문은 46쪽, 강 대표 판결문은 38쪽에 달한다. 통상 단독사건 판결문은 5~6쪽에 불과하다.

한 검찰 간부는 “보고 싶은 증거만 보고 판결한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론을 미리 내린 뒤 거기에 맞는 증거만 취사 선택해 설명하는 바람에 판결문이 길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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