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득 휴대폰 '불법거래' 성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분실한 휴대폰을 찾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6월 이동통신업체의 휴대폰 보조금제도가 없어지면서 중고 휴대폰 가격이 치솟자 분실 휴대폰을 돌려주지 않고 몰래 팔아버리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 돌아오지 않는 휴대폰〓회사원 崔모(40.대구시 서구 평리동)씨는 지난달 23일 고속도로 휴게소에 휴대폰을 두고 깜빡했다.

10여분 뒤 전화를 해봤지만 이미 전원이 꺼져 있었다. 崔씨는 "휴대폰에 연락처가 적혀 있었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고 말했다.

지난 6월초 택시에 휴대폰을 두고 내린 대학생 姜모(26.부산시 남구 용호동)씨도 석달이 넘도록 휴대폰을 찾지 못했다.

姜씨는 "얼마전 경찰로부터 택시운전기사가 내 휴대폰을 중고 휴대폰업소에 팔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며 허탈해 했다.

특히 주의해야 할 곳은 택시. 상당수 운전기사들은 돌려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최근 택시운전기사들로부터 승객들이 분실한 휴대폰을 상습적으로 사들여 되판 혐의(통신법 위반)로 Y통신기기대리점 주인 金모(38)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택시운전기사들로부터 1백35대(시가 1천4백30만원)의 휴대폰을 대당 2만원에 사들여 일련번호를 지운 뒤 번호를 넣어 되팔아온 혐의다.

SK텔레콤과 경찰에 따르면 대구의 경우 한달 평균 휴대폰 분실대수는 1천7백여대. 이전엔 평균 40~50대씩 되찾았지만 6월 이후 도로 찾는 휴대폰이 다섯대를 밑돌고 있다.

◇ 치솟는 중고 휴대폰 가격〓5월까진 휴대폰 가격의 50%정도를 이동통신업체가 지원해 비교적 싼 값에 구입할 수 있었으나 이 제도가 폐지되면서 중고 휴대폰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 대구 중구의 D통신 주인은 "10만원선이던 중고 휴대폰 가격이 최근 들어 14만~15만원에 판매되는 등 기종별로 모두 30%이상 올랐다" 고 말했다.

수성서 김주현(金柱鉉)형사계장은 "휴대폰의 불법거래가 성행하는 탓에 분실물을 찾기가 어렵다" 며 "중고 휴대폰을 취급하는 50여개 업소를 조사하고 있다" 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