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월화드라마 '가을동화' 서정성 철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KBS2 월화드라마 '가을동화' 가 인기다.

이번주 시청률 29.1%. 같은 시간대에 방영하는 MBC의 '아줌마' 를 큰 차이로 따돌리며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렇다고 '가을동화' 가 드라마사에서 꼭 짚어볼만한 의미심장한 드라마란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친형제인 줄 알고 함께 자라다 헤어진 오누이가 나중에 만나 사랑하게 된다는, 지극히 신파적이고 통속적인 뼈대를 갖춘 작품이다.

국내 드라마의 단골 메뉴인 콩쥐팥쥐.신델레라 구도도 적잖이 녹아있다. 그럼에도 10대에 치중했던 초반 시청층을 확대하며 방영횟수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끄는 배경에는 뭔가 있음에 틀림없다.

◇ 도시 탈출〓 '가을 동화' 의 매력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서정성' 이다. 그리고 강원도 바닷가를 중심으로 한 배경 설정도 그것을 노린 것이다.

기존의 미니시리즈가 대부분 도시적이고 자극적이었던데 비하면 분명한 차별성을 띄고 있다.

연출을 맡은 윤석호 PD는 "미니 시리즈도 단막극처럼 도시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배우들의 스케줄 관리나 1백% 현장 로케로 인해 어려움이 많지만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하기에는 안성맞춤" 이라고 설명한다. 바닷가나 가을 들녘을 배경으로 한 구도가 시원하다.

◇ 유년기의 끈〓주인공들의 운명은 모두 유년기에 닿아있다. 병원에서 아이가 바뀌는 엇갈린 운명으로 인해 준서와 은서, 두사람은 평생 그리움을 안고 살아간다.

여기서 파생되는 애잔함이 드라마 전체를 떠받친다. 주인공들이 성인이 된 뒤에도 군데군데 삽입되는 유년의 풍경은 적당한 리듬감과 함께 시청자의 감수성을 찌르는 '칼날' 이 되기에 충분하다.

◇ 대사의 힘〓 '가을 동화' 의 대사는 힘이 없다. 그래서 더욱 힘이 있다. 말하자면 인물의 감정 표현이나 드라마의 극적 전환을 끌어내는 방식이 상당히 우회적이다.

예를 들어 성인이 된 준서와 은서의 첫 만남은 전화를 통해 이뤄진다. 그것도 상대방이 누군지 전혀 모른채 말이다. 당연히 시청자의 가슴은 졸아들게 마련이다.

"몰랐어. 네가 내 침대를 치워주고 핸드폰 충전도 시켜주고 그랬다는 걸. (준서)" "나, 참 좋아요. 오빠한테 잘 자란 말 할 수 있어서…. (은서)" 두 사람의 사랑 표현은 이런 식이다.

오수연 작가 특유의 '돌려치기' 대사는 그래서 '게릴라 전법' 에 가깝다. 던져진 말보다 몇 초후의 여운이 더욱 큰 까닭이다.

◇ 배경 음악〓소재는 굉장히 통속적이며 새로울 게 없다. 하지만 젊은 층의 구미에 맞춰 포장을 깔끔하게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드라마의 성공을 장담하긴 어렵다. '가을 동화' 는 여기에 대중의 구미에 맞는 '소스' 를 얹었다. 배경 음악인 '로망스' (영화 '금지된 장난' 의 주제가)만 봐도 그렇다.

그다지 세련되지도 신선하지도 않지만 국내 시청자가 공유하는 감상적 정서를 깊숙히 적셔주기엔 그만이다.

뻔한 소재에 뻔한 줄거리. 하지만 '가을 동화' 에는 눈길을 붙드는 가슴 두근거림이 있다. 그게 가을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백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