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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널드 마케팅·경영 인력 양성하는 '햄버거 대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현대 사회의 문제인 비만이 잘못된 식습관에서 비롯된다는 점에 주목, 샐러드, 요구르트, 과일 등 건강식에 초점을 맞춘 메뉴를 만들고 있습니다."

맥도널드 CEO 찰리 벨이 국제 미디어 행사를 하는 도중 사진 포즈에 응하고 있다. 오크브룩(시카고)=이병구 기자

#2."이곳은 일본 주방을 그대로 옮겨 놓고 직원들의 동선(動線) 및 역할 등이 적절한가를 연구합니다. 그 결과에 따라, 기계의 위치를 바꾸거나, 직원의 움직임에 변화를 주는 등의 조치가 내려 집니다."

전 세계 패스트푸드 시장 점유율 40%, 하루 5000만개의 햄버거를 판매해 지난해만 50억달러(약 6조원)를 벌어들인 회사. 바로 햄버거 왕국 맥도널드다. 현재 세계 119개국 3만여개의 점포에서 160만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런 힘의 근원엔 이노베이션 센터와 햄버거 대학이 있다.

◇이노베이션 센터="NO!" 소형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는 순간 누군가가 달려오며 손을 흔들었다. 사진촬영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자동차 경주장 만한 크기(47만평)에 성냥갑처럼 긴 건물이 바로 맥도널드 햄버거의 노하우가 집결된 이노베이션 센터다.

이노베이션 센터는 소위 햄버거 병원이다. 병원처럼 햄버거에 대한 실험과 메뉴개발를 한다. 사진은 실제 매장과 동일한 세트·인력을 배치하고 실험을 하는 모습을 비디오가 전 과정을 담고 있다.오크브룩(시카고)=이병구 기자

95년 설립된 이곳은 지금까지 언론에 공개된 적 없는 비밀의 장소였다. 그곳이 최근 햄버거가 비만의 원인이라는 비난 여론이 일자 고객의 바람직한 식습관과 운동습관을 돕기 위한 홍보 및 마케팅 수단으로 처음 공개됐다.

신제품 햄버거를 만드는 사항은 맥도널드 최대의 비밀이라고 공개를 꺼리기 때문에 각 부스 별로는 감독자들이 감시를 하고 있었다.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찔끔 찔금 눈으로만 대충 보게 했다.

부스 별로는 실험이 반복되면서 연방 '땡' (빵이 구워졌음을 알리는 기계음)소리가 울렸고 패티(햄버거 고기)를 넣은 기계에서도 다 익었다는 신호를 토해내고 있었다. 기자가 좀더 자세히 신제품 개발 과정을 보려하자 역시 '노' 라는 단어가 다시 귀를 울렸다. 신제품 개발 및 테스트,시스템 과정은 외부인에게 공개를 꺼렸다. 햄버거 실험은 하루종일 계속됐다.

이노베이션 센터는 소위 햄버거 병원이다. 이곳에서는 판매중인 햄버거가 가지는 제반문제를 해결하고 신제품 연구를 한다. 매장과 동일한 세트·인력을 배치하고 실험과 분석을 한다. 주방 배치 부터 직원·고객의 동선등 모든 게 실험 대상이다. 연구결과 나온 개선점은 전 매장에 공유시켜 고객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하게 한다.

맥도널드의 찰리 벨 회장은 "회사의 오늘은 이노베이션 센터와 햄버거 대학에서 나왔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노베이션 센터가 연구·개발 중심이라면 대학은 마케팅과 경영인력을 양성한다.

◇햄버거 대학=지난 61년 설립된 햄버거 대학은 첨단 교육시설에 16명의 교수진, 17개의 강의실과 대강당, 도서관등을 겸비했다. 운동부만 없다 뿐이지 기존 대학에서 볼 수 있는 시설은 모두 갖췄다. 매년 6천명 가량의 임직원들이 이 대학에 등록을 하고 지금까지 7만여명정도가 졸업했다. 한국인도 1천여명 정도가 거쳐갔다. 시드니, 도쿄, 런던 등 7개 도시에 분교가 있다.

햄버거대학에서는 강의와 그룹토의를 반반씨 병행해 실시한다. 수업은 평균 8시 30분부터 시작해 6시까지 진행된다.사진은 햄버거대학에서 학생들이 주어진 강의 내용을 갖고 그룹토의를 하고 있다. 오크브룩(시카고)=이병구 기자

이 대학의 교육은 점장이 되기 위한 과정을 비롯해 5개의 직급별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레스토랑 경영 프로그램이 가장 핵심으로 매장 매니저와 예비 점주들이 대상이다.

다이아나 토마스 학장은 "고객들이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받는 게 교육목적"이라며 "햄버거에 관련된 모든 것을 실제매장과 똑같은 세트에서 상황에서 진행된다."고 말했다. 햄버거 대학은 이외에도 가상 실패 체험을 기반으로 고객 불만을 미리 상정해 그 대응법도 가르치고 있다.

이 대학의 교육프로그램 중 18개 과목은 미국 내 타 대학에서도 학점을 인정하고 있다. 다이아나는 "이곳이 일반대학인줄 알고 입학문의를 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맥도널드 관훈점 박진희 점장

이 밖에도 상표를 빌려 매장을 개설하는 프랜차이즈 계약에서도 교육을 시킨다. 돈만 있으면 바로 프랜차이즈 창업이 되는 한국에서와 달리 맥도날드에선 돈이 있어도 1년간 교육을 시킨 후 매장을 오픈 하게 한다. 점주는 1년 동안 청소부터 직원관리까지 매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다.

학교측은 "교육이 1년이다보니 수료 후 실패 비율이 적다"며 "자신과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가고 이로인해 승진의 기회가 주어지니 실패 비율이 적어지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맥도널드는 이 같은 교육과정을 통해 지금까지 약 7만여명의 관리자를 배출하는 성과를 거둬 성장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맥도널드 서울 관훈점 박진희(30)씨는 "햄버거 대학은 햄버거에 대한 온갖 노하우를 가르치는 곳"이라며 "우리 점포의 성공도 이곳에서 받은 비즈니스 리더십 교육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노베이션 센터와 햄버거 대학은 맥도널드의 윈윈(win-win) 전략이다. 맥도널드가 경쟁력이 있는 한 이유다

오크브룩(시카고)=이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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