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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꺼진 러브호텔 뒤처리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정부와 국회가 학교.주택가 주변에는 러브호텔 신축이 불가능하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러브호텔 전쟁' 은 끝나지 않고 있다.

문제를 처음 제기한 일산 신도시 주민들이 기존 러브호텔 폐쇄를 주장하며 업소들을 상대로 '고사(枯死)작전' 에 나섰기 때문이다.

주민 실력행사로 손님이 뚝 끊긴 이 지역 러브호텔들은 재산권 침해라며 허가권자인 자치단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으나 정작 고양시는 속수무책이다. 전문가들은 자치단체가 이들 업소를 매입해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 주민 행동=이달초 집집마다 '러브호텔 물러가라' 는 등의 글을 쓴 노란 깃발을 내걸었으며, 지난 25일에는 러브호텔 주차장에 몰려가 호루라기를 불며 시위를 벌였다.

대화동 주민대표 12명은 27일 회의를 열고 오는 30일부터 한달 동안 매일 오후 2시간 동안 영업중인 9개 러브호텔을 돌며 시위를 벌이는 등 '고사 작전' 을 강화하기로 했다.

러브호텔 출입자들을 향해 호루라기를 불고 공동대책위원회가 최근 개설한 '안티 러브호텔 홈페이지(http://lovehotel.id.ro)' 에 출입 차량번호도 공개하기로 했다.

대화동 풍림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지영길(池永吉.57)회장은 "러브호텔들이 문을 닫을 때까지 행동할 것" 이라며 "이미 영업 중이거나 신축중인 업소는 시가 매입해 도서관 등으로 활용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 불꺼진 러브호텔=주민들의 집단 반발이 본격화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확 줄었다. 낮은 물론 밤에도 주차장이 텅 비어 있는 상태다.

업주 韓모(42)씨는 "요즘은 손님이 종전의 25% 가량밖에 안된다" 고 말했다. 당장 손님이 없는데다 앞으로도 전망이 밝지 않자 상당수 업주들은 러브호텔을 팔려고 내놓았지만 거래는 안되는 상태다.

이 때문에 업주들도 반발하고 있다. 朴모(50)씨는 "법적 절차에 따라 허가받은 사유재산에 대해 주민들이 영업을 방해하고 폐쇄를 요구할 수 있느냐" 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의 영업방해 행위가 계속돼 피해를 보게 되면 허가관청인 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겠다" 고 말했다.

◇ 전문가 의견=서울시정개발연구원 정석 박사는 매물로 나온 러브호텔을 민간인들이 매입해 어린이 시설이나 도서관.병원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경실련 도시계획센터 김병수 부장은 "업주들에게 일정 기간 동안만 영업이 가능하도록 경과기간을 주고 자진 철수를 유도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며 "독일처럼 주거환경에 폐해를 끼치는 시설은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매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 고양시 입장=러브호텔 한채가 30억~40억원이나 돼 매입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주민생활에의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출입구.창.외관 등 시설을 정비토록 행정지도를 펼 계획이다.

고양=전익진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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