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으로 빚은 ‘동화의 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 비슬산 자연휴양림 내 ‘얼음동산’에서 관광객들이 얼음동굴을 빠져나오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15일 오후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 용리 비슬산 자연휴양림. 휴양림 관리사무소 입구에 들어서자 거대한 얼음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화산처럼 솟아오르거나 탑 모양을 한 얼음 덩어리들이 예술작품을 연상케 한다. 얼음 조형물은 계곡을 따라 300여m나 이어진다. 휴양림 내 ‘얼음동산’의 모습이다. 관광객 이재명(40·대구시 범물동)씨는 “인터넷에서 사진을 보고 찾아왔는데 정말 장관”이라며 “겨울철 관광자원으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비슬산 자연휴양림은 대구 도심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현풍면 소재지에서 꼬불꼬불한 산길을 한참 올라야 나타난다. 요즘 이곳에 인파가 몰리고 있다.

얼음동산은 지난 9일 문을 열었다. 첫날 8000여 명이 찾은 데 이어 다음날에는 2만여 명이 몰렸다. 지금까지 모두 8만5000여 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관리사무소 측은 얼음동산이 폐장하는 다음달 21일까지 15만이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얼음동산은 황량한 겨울 계곡을 관광지로 바꾸어 놓았다.

길이 40m의 얼음 동굴과 얼음 미로에 들어가면 ‘동화의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진 찍기 좋은 곳이란 소문이 나면서 가족이나 연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체험시설이 많은 것도 한몫하고 있다. 봅슬레이 코스처럼 만든 길이 50m의 얼음 미끄럼틀, 얼음 썰매장, 민속놀이 마당 등은 어린이들에게 단연 인기다. 하지만 입장료나 체험시설 이용료는 받지 않는다.

얼음동산은 1999년 처음 개장됐다. 관리사무소가 겨울철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낸 아이디어다.

관리사무소 직원과 공공근로자 등 20여 명은 지난해 11월 초 얼음동산 만들기에 나섰다. 철봉으로 엮어 구조물을 만들고 그 위에 계속 물을 뿌려 얼음을 두껍게 얼려 가는 식으로 조성했다. 계곡 밑으로 흐르는 물을 펌프로 끌어올려 산 중턱에 있는 물통에 담은 뒤 호스에 노즐을 설치해 밤 새 물을 분사한다. 관리사무소의 김형석(45) 관리담당은 “‘직원들의 땀 한 방울이 얼음 한 조각’일 정도로 얼음 만들기에 정성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얼음동산의 경제적 효과도 적지 않다. 1∼2월 방갈로와 콘도의 가동률은 70%에 육박한다. 50%인 연평균 가동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대구 달서구에서 왔다는 도창현(43)씨는 “아이들이 얼음동산을 좋아해 방갈로에서 하루 머물기로 했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