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장사정포' 평가 축소도 과대도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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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 장사정포에 대한 방어력을 놓고 국회 국방위에서 벌어진 여야 논쟁은 매우 개탄스럽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한국군 단독방어의 경우 장사정포를 못 막아 16일 만에 서울 방어선이 무너진다'는 국방연구원의 분석 내용을 공개했다. 그러자 열린우리당의 임종인 의원이 "을지훈련에서 이틀 내에 장사정포를 제압하는 훈련이 실시됐다"고 반박했다. 이제 우리의 운명이 걸려 있는 안보문제가 국회에서 정쟁의 차원으로 비화하는 기막힌 상황까지 온 것이다.

박 의원이 인용한 국방연구원의 분석은 여러 분석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것 말고도 다른 분석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핵무기를 쓰겠다고 위협하면 16일 아니라 그 이전에 손을 들 수도 있다. 물론 안보에는 한 치의 허점도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뜻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박 의원이 간과한 것이 있다. 한.미가 1994년 이후 작전계획까지 고쳐가며 장사정포에 대한 대비책을 상당히 보강해 왔다는 점이다. 특히 개전 후 미군 증원부대가 오지 못할 경우까지 감안했다. 국방관계에 약간의 전문지식만 있어도 다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연구소의 한 분석을 갖고 마치 우리가 '속수무책'인 것처럼 몰고간 것은 경솔했다.

임 의원의 주장도 마찬가지다. 을지훈련에서 그런 결론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실전이 훈련대로 이뤄지지는 않는 법이다. 당장 첫날 피해가 얼마나 클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 그런데 어떻게 '별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주장을 펼 수 있는가.

장사정포는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이다. 국민도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위협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 국회의원으로서 올바른 자세다. 안보문제는 정쟁거리가 될 수 없다. 정파에 따라 안전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한 것이 아니다. 특히 혼란스러운 안보평가는 국민의 불안감만 가중시킨다. 그런 점에서 안보는 초당적이어야 한다. 국방부도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은 밝혀 혼선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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